"엄마병 고쳐주는 의사될래요"

중앙일보

입력

"가난이요? 조금 불편을 줄 뿐 엄마가 아픈 것처럼 희망을 앗아가진 못하죠."

우울증과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소년가장 역할을 맡고 있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용원초등학교 5학년1반 윤승진(11)군.

오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시로부터 서울 어린이상 효행예절부문 대상을 받게되는 승진이는 또래에 비해 아픔을 많이 겪었다.

2학년때 엄마와 아빠가 헤어져 엄마와 단둘이 살게 되었고, 엄마가 심장병으로 갑자기 쓰러진 이후로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지하 단칸방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홀로 학교 과제물을 챙기고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는 절대 자신의 처지를 말하지 않았다. 매년 우등상, 모범상은 물론 학교에서 실시하는 경시대회마다 입상했던 승진이는 또래보다 어른같은 성격으로, 주변에서는 공부잘하고 성격좋은 그런 친구로 기억되고 있었다.

엄마가 심장질환 등으로 일을 못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로 지정돼 동사무소로부터 매달 조금씩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내달 11일 상계동의 15평짜리 한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승진이는 어서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좀 더 나은 환경이면 엄마병도 빨리 낳을 거라는 희망때문이다.

"엄마도 다른 엄마들처럼 건강해서 어린이날에 제 손을 잡고 어린이대공원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아파서 그러질 못해요. 하지만 어버이날에는 제가 엄마의 손을 잡고 바깥세상을 구경시켜드리고 싶어요"

승진이에게는 엄마만이 희망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매년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던 엄마가 올해는 더 이상 병원신세를 지지 않고 있는데다 올해는 서울어린이상까지 타게돼 엄마를 기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5월3일. 승진이가 태어난 오늘, 건강하게 어서 자라서 엄마병을 고칠 수 있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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