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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 파리의 소녀들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 왜 창녀가 많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언론들은 그 이유로 매춘이 법률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든다.

카톨릭 국가에서 매춘이 방치된 것은 기묘하다면 기묘한 일이지만, 여성에게 있어 가장 오래된 이 직업을 현대 프랑스의 여성들은 오피스 레이디가 되거나 교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젊은 여성을 충분히 흡수하기에 족할 만큼 중공업이나 전자공업 등 근대형 산업이 발달되어 있지를 않다는 사정을 드는 사람도 있다.

공장을 좀더 많이 세웠더라면 많은 매춘부들이 공장으로 혹은 고층 건물 오피스에서 컴퓨터 앞에 사무직원으로서 조용히 앉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지에서 그녀들과 마주쳐 보면, 프랑스의 소녀들은 다른 여느 나라의 어린 창녀들과 마찬가지로 용돈을 좀 벌어서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을 사거나 놀러 가고 싶어서 자신의 몸을 선뜻 매춘시장에 내놓는다. 물론 그 중에는 성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어물어물 이 길에 들어선 철부지도 물론 있다.

소녀들은 처음에 단 혼자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튈르리 공원, 피갈 광장 등에서 손님의 소매를 잡아 끈다. 그리고 우선 예외없이 경찰관에게 잡힌다.

아무리 프랑스라고 해도 중학생이 학교를 소홀히 하고 매춘하는 것을 내버려둘 정도로 자유롭지는 않다. 걸리는 법률이 얼마든지 있다.

백서(白書)가 지적하는 바에 의하면, 경솔한 마음으로 몸을 판 어린 소녀에게서 돌아갈 장소를 빼앗아서 그녀들로 하여금 진짜 매춘부가 되게 해놓는 것은 사실인즉 경찰관이라고 한다.

경찰들은 소녀의 집에 가서 방 안의 편지나 일기장을 압수하고, 사생활에 마구 간여하는 따위의 신문을 되풀이한다. 지저분한 말을 내뱉고 외설스런 농담을 해댄다.

친형제에게 비행이 알려져서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물론 학교에서도 배척당한다. 그리하여 소녀는 또다시 샹젤리제 거리나 피갈 광장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달리 갈 곳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다시 번화가에 갔을 때에 소녀는 이제 자기를 사주는 남자들만이 참으로 훌륭한 어른들임을 발견한다. 괴롭히지도 심술부리지도 않고 자기를 찾아주는 어른들이 여기에는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용돈 벌이나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잠시라도 자기를 받아들여 주는 어른과 같이 있다는 데서 심리적 충족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소녀가 프로가 되는 것은 그 충족감을 영속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한다. 나이가 어린 소녀는 더욱 그렇다.

15만명이 모두가 그런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리는 없겠지만, 고작 오토바이를 사고 싶거나 스커트를 벗어보고 싶다는 철부지에서 출발해서 계획대로 이 길을 걷게 된 예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육체를 제공하는 쪽의 논리만을 따져보아야 프랑스에 매춘부들이 많은 이유가 다 규명되는 것은 아니다. 수요가 없으면 이 직업도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20세 이상인 프랑스 남성의 3분의 1이 창녀를 산 경험을 가지고 있다’라고 조사에서 밝혀져 있다면 그들 동포로부터 수요가 상당히 있다는 말이 된다.

한편 프랑스에 가는 외국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독일인, 영국인, 벨지움인, 네덜란드인의 순이고 그 다음 차례가 미국인으로 되어 있다.

어림잡아 연간 2천만명의 외국인이 프랑스를 방문하는 셈인데 남녀의 비율을 반반으로 친다면 약 1천만명이 매춘의 고객이 되는 셈이다.

프랑스 여자만큼 세계 각처 남자들에게 비일상적 감각의 도취를 기대하게 해주는 존재는 없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여성에게는 성애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있다. 특히 펠라티오의 기교에 대해서 지대한 갈망을 남자들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오럴 섹스말고도 프랑스 여성은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왠지 남자의 기분을 돋구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졌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표정, 자그맣고 아담하게 균형잡힌 몸의 선, 세련된 센스와 대화 등이 남자들의 감정을 들뜨게 만든다.

그 여성을 하룻밤만이라도 애인으로 삼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자들은 파리에 모여든다. 그래서 파리의 매춘은 번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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