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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선제적 금리조절 중단 검토...달러 약세-금 강세 더 가나?

중앙일보

입력

제롬 파월 Fed 의장

제롬 파월 Fed 의장

미국 통화정책에서 ‘볼커-그린스펀(V-G) 패러다임’ 가운데 하나가 해체될 조짐이다.

1980년 이후 볼커-그린스펀이 뿌리내린 선제적 금리 조절 #물가 목표치 근접하면 미리 돈줄 죄 인플레 억제..V-G 패러다임 일부 #WSJ "Fed가 물가 2% 넘어도 일정 기간 용인하는 방안 검토" #제로금리 정책이 현재 예측보다 길어져 신흥시장에 달러 유입 더 늘수도

폴 볼커와 앨런 그린스펀은 1980~90년대 연방준비제도(Fed)의 의장을 맡아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명성을 쌓았다.

두 사람은 인플레 억제를 위해선 ▶시장금리 급변동 용인, ▶선제적 기준금리 조절, ▶위기 순간 돈의 파도 일으키기 등 1980년 이전 Fed 의장들이 알면서도 하지 못했던 일을 실행했다. 로버트 헤철 전 리치몬드준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이 ‘V-G 패러다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가 2% 넘는 것 일정 기간 용인”

V-G 패러다임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까지 Fed뿐 아니라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매뉴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선제적 기준금리 조절을 그만두려 한다”고 전했다.

선제적 기준금리 조절은 인플레이션이 Fed가 내부적으로 삼고 있는 연 2%를 넘어설 기미를 보이면 돈줄을 죄는 정책이다. 1994년 1월 그린스펀이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바람에 미 서부 부자 동네인 오렌지카운티 등이 파산했다.

한 세대 통화정책을 주름 잡은 폴 볼커(오른쪽)와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

한 세대 통화정책을 주름 잡은 폴 볼커(오른쪽)와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

WSJ에 따르면 Fed가 선제적 통화정책을 사실상 접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대신 물가가 기준선(예를 들면 연 2%)을 넘어서더라도 일정 기간 돈줄을 죄지 않을 요량이다.

파월, 이미 변화 귀띔

선제적 대응 중단은 돌출적인 일이 아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달 연방통화정책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연 화상 기자회견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통화정책 전략 리뷰 작업을 조만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월이 WSJ의 보도대로 선제적 대응을 접으면, 최근 한 세대 동안 지배적 통화정책 방법론인 V-G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첫 중앙은행가가 된다.

WSJ는골드먼삭스 이코노미스트 등의 말을 빌려 “선제 조치 중단으로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우선 미국의 물가가 2%를 넘어설 듯한 기미만 모여도 뉴욕 증시에서는 자산가격이 Fed보다 앞서 움직였다. 대체로 시중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내렸다. 이제는 미 물가가 2%를 넘어서더라도 시장이 미리 반응하는 일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달러 약세-금값 강세 오래갈 수도

또 선제적 대응 중단이 글로벌 시장에선 Fed의 제로금리 기간이 현재 예측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Fed가 2022년 이후에나 제로금리 정책을 접을 것으로 봤다.

Fed의 선제적 대응 중단 때문에 달러 약세가 좀 더 오래갈 수도 있다. 요즘 한국 등 주요 신흥시장엔 달러 약세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외인자금 유입이 어느 순간 갑자기 역류할 가능성이 작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신 금값 등 요즘 강세를 보이는 상품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최근 금값 상승은 인플레이션보다는 Fed의 공격적 돈풀기 자체에 대한 반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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