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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언니들 잠재웠다... 10대 돌풍 유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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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을 확정한 뒤,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기뻐하는 유해란. [사진 KLPGA]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을 확정한 뒤,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기뻐하는 유해란. [사진 KLPGA]

 남자에 이어 여자 골프에도 ‘10대 바람’이 몰아쳤다. 2001년생 유해란이 해외파 언니들의 거센 추격을 잠재우고,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2연패에 성공했다. 최근 한국 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돌풍을 일으킨 2002년생 김주형(18), 2001년생 김민규(19)에 이어, 여자 골프에도 2001년 이후 태어난 10대 골퍼가 급부상했다.

KLPGA 삼다수 마스터스 2연패 #이정은6·김효주 등 제치고 우승 #힘·정교함 두루 갖춰 “신인왕 꿈”

유해란은 2일 제주 세인트포CC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23언더파로 우승했다. 마지막 날, 2위 이정은6(24)에 5타 앞선 단독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부담이 적지 않았다. 추격자 면면이 만만치 않았다. 챔피언 조에서 동반 라운드한 이정은6은 지난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이다. 임희정(20·18언더파), 김효주(25), 장하나(28·이상 17언더파) 등 우승 경험 많은 선수들의 추격도 매서웠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유해란. 2001년생인 그는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해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 KLPGA]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유해란. 2001년생인 그는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해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사진 KLPGA]

유해란은 침착하게 풀어갔다. 13번 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해, 이정은6와 2타 차까지 간격이 좁혀졌다. 그러나 14번 홀(파4) 109야드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1m에 붙여 버디를 만들었다. 이후 두 타를 더 줄인 유해란은 20언더파의 이정은6을 따돌리고 우승 상금 1억6000만원을 거머쥐었다. 우승을 확정하자 김효주, 최혜진 등 언니들이 물총 세례로 축하를 건넸다.

지난해 유해란은 드림투어(2부)에서 역대 다섯 번째로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제주 오라CC에서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 초청 선수로 출전했다. 이 대회에서 K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생애 첫 우승이었다. 특히 악천후로 36홀 성적으로 확정한 우승이라서 ‘행운의 우승’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모든 라운드를 다 치르고 우승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말했던 그는 1부 투어에 데뷔한 올해 대회에 72홀을 다 돌고 우승했다. 불볕더위와 제주 특유의 강한 바람도 잠재웠다. 대회 3라운드에서 유해란이 압도적 기량을 선보이자 김효주는 “해란이 혼자 다른 골프장에서 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유해란은 “우승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어서 최종 라운드 초반엔 긴장도 됐다. 챔피언 조에서 경기해도 긴장이 안 됐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다. 캐디가 ‘언젠가 버디가 나올 것’이라며 편하게 해줘서 퍼트가 잘 들어갔다. 14번 홀 버디로 모든 게 다 풀렸다. 작년엔 행운의 우승이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실력으로 우승해서 더 기뻤다”고 말했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는 유해란. 그는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사진 KLPGA]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는 유해란. 그는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사진 KLPGA]

유해란은 유치원에서 골프 클럽 그립 법을 처음 배웠다. 그게 재미있어서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주니어 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 대회는 물론, 2015년에는 에비앙 주니어 챔피언십 개인전에서 우승했다. 1m76㎝ 큰 키로 힘이 좋은 데다 정교함까지 갖췄다. 나이는 어리지만 느긋한 성격으로 매사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는 “성격이 낙천적이라 실수를 해도 잘 까먹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즌이 중단되자, 낮에는 훈련에, 밤에는 공부에 몰두하는 ‘주골(프)야독’ 생활을 했다. 그는 올해 대학 신입생이다.

4월 중앙일보 인터뷰 당시 유해란은 “지난해 시상식 때 ‘내년에 꼭 신인왕으로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신인상을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5월 시즌 재개 후 E1채리티오픈에서 준우승하는 등 7개 대회에서 세 차례나 톱10에 들었다. 이번 우승으로 신인왕 포인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 여자 골프를 휩쓴 2000년생 조아연, 임희정, 박현경에 이어, 주목받는 또 한 명의 스타로 떠오른 건 부상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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