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국민주' 삼성처럼 액면분할 단행···주식10만원대에 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플 로고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애플은 30일(현지시간) 어닝 서프라이즈와 함께 주가 액면분할을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애플 로고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애플은 30일(현지시간) 어닝 서프라이즈와 함께 주가 액면분할을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애플 주식 보유하신 분들 부럽습니다.” “하필 월급날 전날 액분(액면분할)이라 많이 못 사서 아쉽네요.”

31일 오전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모인 동호회에 올라온 글이다. 애플이 30일(현지시간) 역대 최고 매출 실적을 공개하고, 주당 가격을 현재 금액에서 4분의 1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다음 달 단행한다고 밝힌 뒤다. 현재 애플 주가는 주당 380달러(약 45만원)선이다. 애플은 다음 달 24일 액면분할을 한 뒤, 1주일 후인 31일부터 해당 금액으로 거래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8월31일부터는 주당 약 95달러(약 11만원)에 애플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왜 지금 액면분할을 했을까. 애플이 직접 밝힌 이유는 “더 많은 투자자에게 애플 주식의 접근성을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애플 주식을 더 쉽게 살 수 있도록 해서, 더 많이 사고, 더 활발하게 거래하게끔 유도하겠다는 얘기다. 액면분할 후 소액 투자자가 애플 주식 매수에 나서면 추가 상승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최고 매출을 기록한 어닝 서프라이즈의 모멘텀을 살리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애플의 경쟁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액면 분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주당 가격이 250만원을 웃돌아 개인 투자자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황제주’ 삼성전자는 2018년 4월, 50분의 1로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문턱이 낮아지면서 거래량이 급증했고, 지금은 ‘동학 개미’의 국민주로 자리 잡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격적인 애플의 액면 분할 발표는, 애플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액면 분할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결국은 실적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애플의 경쟁력을 재확인한 계기였다.

애플의 2분기 매출은 사상 최고치인 597억 달러(약 71조원)를 달성했다. 주당 순이익 역시 2.58달러로, 시장의 예상치 2.04달러를 상회했다. 매출 효자는 아시아, 그중에서도 일본, 그리고 유럽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 제품 중 아이패드의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졌는데, 일본에서 21%, 유럽에서 18.9%가 올랐다. 미국의 매출 신장은 8.1%, 중국은 미ㆍ중 갈등 여파로 1.9%에 그쳤다. 애플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루카 마에스트리는 FT에 “코로나19 시대에 우리 제품이 소비자에게 더 큰 활용도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반기 투자 전망도 일단 ‘맑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세가 쉬 잡히지 않으면서 언택트(비대면) 생활 속 디지털 기기에 대한 수요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큰 모멘텀 중 하나는 9월로 예정된 아이폰12 출시인데, 마에스트리 CFO에 따르면 10월로 출시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애플 공장이 잠정 폐쇄되면서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예상된 악재인 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개학 시기가 다가오면서 (노트북인) 맥과 아이패드 사업 전망이 밝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하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팀 쿡 애플 CEO. EPA=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하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팀 쿡 애플 CEO. EPA=연합뉴스

'빅테크' 실적 호조…아마존 :-) 구글 :-( 페북 -_-

한편 이날 실적을 발표한 정보기술(IT) 공룡기업 아마존 역시 활짝 웃었다. 코로나19로 인해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32.9%로 곤두박질쳤지만 아마존의 매출은 40% 뛰었고 순익은 100%로 두 배 증가했다. 코로나19의 대표 수혜기업인 아마존의 온라인 신선식품 주문은 160% 폭증했고 재택근무로 인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부문의 매출도 29% 뛰었다.

코로나19 위기에 더 성장한 IT 4대 기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위기에 더 성장한 IT 4대 기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매출은 상장 이래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이 383억 달러라고 공시하면서다. 1년 전보다 2% 감소한 수치이지만 그래도 역시 시장의 전망치는 넘어섰다. 알파벳은 2분기 구글 클라우드에서 매출이 43% 올랐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역시 2분기 매출액 186억9000만 달러로 선전했다. 그러나 3분기 전망은 어둡다. 페이스북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 매출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마크 저커버그 CEO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논쟁적 포스팅을 그대로 두겠다고 밝히면서 다수의 기업이 광고를 취소하기 시작했는데, 이 흐름이 3분기 매출에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