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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분기 GDP 성장률 -32.9%, 73년만에 역대 최악 성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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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확산세 속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3년만에 최저치인 -32.9%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의 비어있는 가게의 모습. [AP=연합뉴스]

코로나19의 확산세 속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3년만에 최저치인 -32.9%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의 비어있는 가게의 모습. [AP=연합뉴스]

2분기 미국 경제가 7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성장률 쇼크'다.

미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2.9%(전기대비 연율ㆍ속보치)를 기록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분기별 성장률 집계를 시작한 1947년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다. 기존의 분기 역대 최대 하락폭인 1958년 1분기(-10%)와 지난 1분기(-5%)와 비교해도 낙폭은 크다. 제2교역국인 미국의 GDP 성장률 쇼크로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여파가 예상된다.

6년 만의 역성장을 기록한 1분기(-5.0%)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미국 경제는 기술적인 경기 침체로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미국 경제의 기둥인 소비 지출이 무너지면서 GDP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다.

미국 분기별 GDP 성장률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분기별 GDP 성장률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 상무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며 미국의 소매 판매량은 지난 3월엔 전월 대비 8.3%, 4월엔 전달보다 16.4% 줄었다. 일자리가 줄며 가처분 소득은 줄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경제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바클레이스 은행의 마이클 게이픈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미국 경제의 70%는 소비 지출인데, 2분기 초에 개인 소비가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소비 심리 회복은 당분간은 어려울 전망이다. 같은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이번주(19~25일) 실업급여 신청 건수는 143만건으로, 전주보다 1만2000건 늘었다. 미국 실업률은 3월엔 4.4%였으나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반영된 이후부터 4월(14.7%)과 5월(13.3%), 6월(11.1%) 석달간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 봉쇄 조치가 풀리면서 지난 5~6월 750만개 일자리가 복구되긴 했지만 코로나19 본격 확산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500만개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다. 지난 29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 결과도 좋지 않아 일자리 회복 속도는 더딜 전망이다.

게다가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특별 실업수당은 이번주로 지급이 마감된다. 추가 지급을 위해선 의회가 제5차 경기부양대책을 승인해줘야 하는데,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견 수렴은 난망인 만큼 경기 회복을 위한 소비심리가 풀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5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주정부 취업센터 앞에서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주정부 취업센터 앞에서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2분기 성장률 쇼크는 이미 예견됐다. 실제로 이날 속보치는 시장 전망(-35% 안팎)보다는 하락 폭이 줄었다. 2분기에 바닥을 찍은 만큼 기저효과에 따른 3분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기저효과 등을 이유로 3분기 성장률은 13.3%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은 경기 회복세가 둔화에 대한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회복 속도가 수치로 보면 둔화하고 있다”며 “경제 활동과 고용이 좋았던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이날 미국 경제를 “침체기”라고 확언하면서 “현재의 침체는 우리가 기억하는 한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FOMC는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제롬 파월 Fed 의장

향후 미국 경기 회복의 가늠자는 코로나19의 진정세에 달렸다는 데 시장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된다. 30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56만명, 사망자는 15만명을 넘어섰다.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지 않으면 경제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의 이코노미스트 옐레나 슐리아체바는 “경기 회복을 위한 여정은 앞으로 길고도 험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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