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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분기 성장률 최악 예상 속…파월 “경제 회복에 모든 수단 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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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 [중앙포토]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 [중앙포토]

“현재의 침체는 우리가 기억하는 한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에 따른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다. 이런 우려 속에 Fed는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파월의 말은 엄살이 아니다. 2분기 미국 경제의 성적표는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다.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시장이 예상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5%(전기대비 연율)다. 1947년 미 상무부가 분기 성장률을 집계한 뒤 가장 낮은 수치다. 1분기(-5%)와 비교해도 급전직하 수준이다. CNN은 “시장의 추정치가 맞다면 이는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의 감소율보다 4배 이상 나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속 지난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페르난도벨리의 한 초등학교의 문이 쇠사슬 로 잠겨져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 가을 대부분 학교에서 대면수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속 지난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페르난도벨리의 한 초등학교의 문이 쇠사슬 로 잠겨져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 가을 대부분 학교에서 대면수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미국 경기가 이처럼 주저앉은 것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단행된 봉쇄조치의 영향이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 자택 대기명령을 내렸고, 상점과 학교 등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경제 활동 중단의 영향은 성장률 수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앞으로도 문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기저효과 등으로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13.3%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의 분위기는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파월 의장의 진단도 같다. 그는 “수치로 보면 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며 “경제 활동과 고용이 좋았던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 재확산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 19 확진자는 456만명, 사망자는 15만명이 넘는다.

시장의 걱정이 가장 큰 부분은 더딘 일자리 회복세다. 지난 5~6월 750만개의 일자리가 복구됐지만, 지난 2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1500만개가 부족하다. 소비 지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일자리 부족은 소비 감소로 이어져 전체 경기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마이클 그레고리 BMO 이코노미스트는 CNN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 혹은 집단면역,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한 기업과 소비자 심리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Fed는 각오를 단단히 하는 분위기다. 파월은 “미국 경제가 확실히 회복의 길로 접어들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Fed는 대출지원 프로그램을 연말까지 3개월 연장하고, 자산매입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드류 매티스 메트라이프 투자 매니지먼트의 수석 전략가는 “파월 입장에서는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Fed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파월은 미 정부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압박도 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쌍끌이’를 강조하면서다. 통화정책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짧은 시간에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재정정책의 직접적 효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4차례에 걸쳐 2조8000억 달러(약 3363조원)를 푼 미국 정부도 1조 달러(약 1201조원) 규모의 5차 부양책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파월의 재정정책 강조는 사실상 제로금리인 상태여서 Fed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도 아닌 어정쩡한 물가 상황도 파월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대목이다. 파월은 이날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19 위기는 ‘디스인플레 쇼크(disinflationary shock)’다”라고 밝혔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지만 그 폭(상승률)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Fed가 고려할 수 있는 카드는 ‘수익률 곡선 제어(YCC)’다. 만기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않게 중앙은행이 특정 채권을 특정 가격에 무제한 매입하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Fed가 ‘바주카포’로 쓸 수 있는 수단은 일본과 호주 중앙은행이 쓰고 있는 YCC”라고 짚었다. 하지만 파월은 YCC 도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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