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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야 절세야? 슈퍼리치들의 '슬기로운' 자산관리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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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5일(현지시간) 포브스가 발표한 '2019 세계 억만장자 순위' [사진 포브스 갈무리]

지난해 3월 5일(현지시간) 포브스가 발표한 '2019 세계 억만장자 순위' [사진 포브스 갈무리]

재산을 상당 부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리치’들의 재산이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서이기도 하지만 ‘가족재단’에 기부를 하면서 절세와 현금축적 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가 최근 발간한 ‘부자들의 기부’(Gilded Giving) 보고서를 보면 자선단체 ‘기빙 플레지’에 기부를 약속한 억만장자 62명의 재산은 2010년 3760억 달러(약 447조1000억원)에서 올해 7월 현재 7340억 달러(약 872조9000억원)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기빙 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특히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0년간 재산이 1783% 증가했다. 그를 포함해 9명의 억만장자는 재산 증가율이 200%가 넘었다. 억만장자들의 재산을 추산하는 데는 현재의 통화가치가 적용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사진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사진 페이스북]

IPS는 기부를 약속한 억만장자의 재산이 늘어난 데는 이들이 재산을 늘려가는 속도가 ‘기부 한계’를 넘어서는 점도 일부 영향을 줬다고 봤다. 하지만 주된 이유는 억만장자들이 가족이 설립한 재단 등 사립재단이나 기부자조언기금(DAF)에 기부하면서 세금을 덜 내고 궁극적으로는 현금을 쌓아두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부자조언기금의 특징은 기부자가 자신이 기부해 조성한 기금의 운영 방향 등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IPS에 따르면 미국 전체 자선기부액 중 현장 자선단체가 아니라 재단에 기부된 금액은 1989년 4%에서 2019년 12%로 증가했다.

또 감세 혜택을 받는 사립재단은 2005년 7만1097개에서 지난해 11만9791개로 68% 늘었다. 이들의 자산은 같은 기간 5510억 달러(약 654조9천억원)에서 1조2000억 달러(1426조4000억원)로 118% 증가했다.

기부자조언기금에 기부된 돈은 2014년 200억 달러(약 23조)에서 2018년 370억 달러(약 43조원)로 86% 늘었다.

제프 베이조스와 전 부인 매켄지 스콧 [사진 AP=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와 전 부인 매켄지 스콧 [사진 AP=연합뉴스]

IPS는 세계 최고 부호이자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의 전처 매켄지 스콧을 ‘기부의 모범’으로 꼽았다. 사립재단이나 기부자조언기금에 기부하지 않고 현장 자선단체에 직접 기부했기 때문이다.

스콧은 지난 28일 이혼 위자료 중 약 17억 달러(2조 290억여 원)를 인종ㆍ성 평등, 공중보건, 기후 변화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116개 시민단체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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