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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 욕먹는 檢개혁안…"육참총장에게 지휘 말라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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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발표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이 현실화하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이 서울고검장이 되면 윤석열 총장(왼쪽) 허락 없이 직권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 다. [뉴스1·연합뉴스]

27일 발표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이 현실화하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이 서울고검장이 되면 윤석열 총장(왼쪽) 허락 없이 직권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 다. [뉴스1·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바라는 대검찰청의 모습이 윤곽을 드러냈다. 법무부의 대검 직제 개편과 수사권 조정안,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의 권고, 여당 발의 법안의 퍼즐을 맞춰보면 대검찰청은 검찰 행정을 지원하는 '검찰 총무국' 수준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현실화하면 윤석열(60·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은 사실상 '검찰 사무국장'이 되는 셈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검찰총장 대신 검찰청에 화분을 갖다 놓으라"고 비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지휘권·인사권·특수부·참모 등 알맹이 다 뺀다

법무부는 28일 개혁위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과 인사의견개진권을 사실상 전면 박탈하는 내용의 권고안에 호응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전국 고등검사장들이 넘겨받도록 하는 게 권고안의 핵심이다.

이를 두고 '특정인을 위한 법 개정'이라는 의미 '위인설법'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권고안이 현실화하고 이성윤(58·23기) 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면,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급이 되는 것"이라며 "다수 여당이 밀어붙이면 금방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법무부는 검찰총장과 일선 검찰청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대검 참모 직위를 일부 없애는 조직개편도 검토 중이다. 대검 기획관·정책관·선임연구관 등의 자리를 없애 조직을 축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조치로 대검 내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 등 인지수사 부서도 아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대검에는 형사부가 규모를 늘리고 기획조정부와 공판송무부 등만 남게 된다.

여당도 대검 힘 빼기에 동참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검찰총장을 현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대우하도록 명시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검찰총장이 검사 인사에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 규정도 없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대검 개편안이 완성되면 대검은 수사지휘권 없이 일선 검찰청의 행정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바뀌게 된다"며 "일반 회사의 총무부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아들 병역 관련 자료제출과 관련한 의사진행 발언을 경청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아들 병역 관련 자료제출과 관련한 의사진행 발언을 경청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국방부 장관이 군단장 직접 지휘하는 꼴"

29일 법조계 원로들은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무시한 "막가파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총장을 지낸 한 인사는 "국방부 장관이 육군참모총장에게 군 지휘권을 빼앗고 군단장을 직접 지휘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나"라며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아예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직하겠다는 의도"라며 "정권을 잡은 팀이 수사도 마음대로 하게 될텐데, 정권이 바뀌고 죽은 권력에 대한 수사만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안은 '윤석열 죽이기'로만 볼 게 아니라 국가 사법 체제를 완전히 뒤바꿔놓는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힘을 뺀다고 해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한다고 볼 수 없다"며 "윤석열의 힘을 빼는 데만 집중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왼쪽부터)과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청사가 나란히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왼쪽부터)과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청사가 나란히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들도 반발 "정치적 독립 더욱 취약" 

검찰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남수 서울중앙지검 검사(43·38기)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사이기 이전에 법률가로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워 글을 남기게 됐다"며 "법무부가 권고안을 수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검사는 "검찰 수사에 대한 최종 책임과 함께 그 결정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검찰총장보다 다음 인사가 남아있는 일선 고검장이 정치적 독립에 더욱 취약하지 않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라고 되물었다.

김 검사의 글에는 그의 주장을 지지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일선 검사들은 "법무부와 검찰에서 정치가 이뤄져선 안 된다"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수사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 등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강광우·나운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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