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낫지않는 제조업…결국 ‘나이키’ 시나리오 현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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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경기가 좀처럼 회복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해 보니 8월 전망치는 81.6을 기록했다. BSI는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수로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호전을, 낮으면 경기악화를 뜻한다.

서비스업 vs 제조업 온도 차 확연 

수치만 보면 8월 전망치는 여전히 기준선(100)을 한참 밑돌지만 7월 전망치인 73.7보다 크게 상승했다. 문제는 8월 전망치를 높인 업종이 서비스업이 주를 이루는 ‘비제조업’ 체감 경기라는 점이다. 비제조업 체감 경기는 90.5로 지난달보다 18.1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제조업 BSI는 74.9로 지난달(74.8)과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제조업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여름철 휴가로 조업일수와 공장 가동률 등이 줄어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전기료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채산성까지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경연은 “8월 전망치 상승은 제조업 전망치의 상승 없이 순전히 비제조업 전망치의 상승에 따른 것이라 실질적인 경기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 경제 위기와 비교해 회복의 정도와 속도가 모두 미미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IMF 외환위기 당시 제조업 전망치는 최저점을 기록한 뒤 3개월간 각각 월평균 11.9포인트와 7.3포인트 상승했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위기에는 지난 5월 58.7로 저점을 찍은 뒤 월평균 5.4포인트 상승에 그치고 있다. 과거 ‘V자형’으로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던 위기들과 달리 경기 회복이 매우 더디게 이뤄지는 ‘나이키 형’ 경기 회복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로 예상보다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체감 경기 회복이 지연되며 하반기 경기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땜질 처방이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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