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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침수 지역인데 미통제…부산 지하차도 3명 참변은 인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이 구조작업을 하고있다. 부산경찰청

23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이 구조작업을 하고있다. 부산경찰청

부산에서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23일 지하차도에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시민단체가 이를 ‘인재(人災)’라 규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찰은 이 사고와 관련, 자치단체 공무원의 과실이 드러나면 입건(업무상 과실치사 혐의)할 방침이다.

시민단체, 지난 23일 초량 지하차도 사고 ‘인재’ 주장 #“지자체 차량 통제 않고, 배수펌프 3개 제역할 못해” #경찰 “배수펌프 정상작동 여부 등 조사후 수사 검토" #

 부산·경남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인 부산경남미래정책은 26일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23~24일 동구 초량동 제1 지하차도에서 차량이 침수되면서 3명이 숨진 것은 자치단체 잘못에 의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부산에선 지난 23일 오후 2시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호우주의보는 오후 8시 호우경보로 대체되고, 24일 오전 0시 30분 호우경보가 해제됐다. 그 사이 24일 오전 6시 30분까지 해운대구 212.5mm, 기장군 205.0mm, 동래구 192.0mm, 연제구 186.6mm 등 많은 비가 내렸다. 23일 오후 9시부터 10시 사이 시간당 강우량은 기장군 87.0mm, 사하구 86.0mm, 해운대 84.5mm, 중구 81.6mm였다. 지하차도 사고가 난 동구에선 140mm(시간당 최고 80)의 비가 쏟아졌다.

침수된 초량 제1 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침수된 초량 제1 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이 때문에 오후 10시 18분쯤 초량 제1 지하차도에선 10여분 만에 빗물이 불어나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차량과 운전자를 덮치면서 3명이 숨졌다. 또 오후 9시 43분에는 지하철 부산역 출구계단과 환기구로 빗물이 유입되면서 지하철 부산역사와 선로가 물에 잠겨 지하철이 부산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폭우 때 수질 개선공사를 위해 물길을 막는 가(假) 물막이 때문에 범람하면서 주변에 대규모 침수피해를 일으킨 동천 일대의 자성대 아파트와 이마트는 이번 폭우에도 침수됐다.

 이밖에 중구 영주배수지 담벼락이 무너지고, 수영구 광안동과 기장군 기장읍 동부리에서 토사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부산에선 이재민 47가구 68명이 발생했다.

 하지만 초량 제1 지하차도 사고는 2014년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폭우(시간당 130mm)로 2명이 숨진 사고의  ‘판박이’로 인재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1 지하차도가 상습침수지역인 데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오후 8시부터 사고가 난 오후 10시 18분까지 2시간 18분 동안 차량출입이 통제되지 않고, 2010년 증량한 분당 20t 용량의 배수펌프 3개도 제 역할을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오전 동구 초량동 제1 지하차도에서 침수된 차량을 빼내는 모습. 송봉근 기자

24일 오전 동구 초량동 제1 지하차도에서 침수된 차량을 빼내는 모습. 송봉근 기자

 문제의 초량 제1 지하차도는 길이 175m, 높이 3.5m의 왕복 2차로이지만 폭우 당시 2.5m가량 침수된 것으로 부산시 조사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관할 동구청은 침수사고가 일어난 이후인 오후 10시 53분 ‘지하차도 진입차단 문자’를 주민에게 발송한 것으로 부산시 조사에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2월 시행한 ‘침수 우려 지하차도 통제 및 등급화 관리 기준’을 보면 지하차도의 침수위험 여부는 3등급으로 나눈다. 1등급은 침수위험이 매우 높고 예비특보 때 상황관리를 하며, 2등급은 침수위험이 높고 호우주의보 때 상황관리를 한다. 3등급은 침수위험이 보통이며 호우경보 발효 때 상황관리를 하게 돼 있다. 초량 제1 지하차도는 3등급으로 호우경보 발표 때 출입통제 등 상황관리를 해야 했다는 얘기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우장춘로 지하차도 참사 이후 부산시는 부산 35개 지하차도 대부분의 전기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고 배수펌프 용량을 증설했지만, 지금도 길이 100m 이상 지하차도가 7곳에 이르고 배수펌프 용량 부족 등으로 폭우에 취약한 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와 16개 구·군이 도로와 지하차도의 배수 구조를 개혁하고, 호우경보 시 위험도가 높은 도로·지하차도를 즉각 차단하라고 부산경남미래정책은 요구했다.

23일 폭우가 내린 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의 폐쇄회로 TV 영상.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차고 있다. 부산 동구

23일 폭우가 내린 뒤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의 폐쇄회로 TV 영상.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차고 있다.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 침수사고와 관련, 경찰은 자치단체 공무원의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사망에 따른 변사사건 수사를 진행하면서, 배수펌프 정상작동 여부 등 관련 기관 상대조사 후 과실 여부가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결과 해당 자치단체의 공무원 과실이 인정되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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