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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두 미국 영사관 폐쇄” 맞불 지르며 협상 여지는 남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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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호 02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4일 브리핑에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설립과 운영 허가를 철회한다“고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4일 브리핑에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설립과 운영 허가를 철회한다“고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중국 영사관 폐쇄 조치에 중국이 맞불을 놓으면서 외교 공관을 둘러싼 G2의 난타전이 확산되고 있다.

G2, 외교 공관 둘러싼 난타전 #티베트·신장 민감 지역 정보 차단 #관할지역 미 기업·교민 규모 작아 #미국 추가 조치 땐 강 대 강 대치 #휴스턴 중 총영사 “방 못 빼” 반발

중국 외교부는 24일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폐쇄 요구에 대한 맞대응으로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주재 미 영사관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날 주중 미국 대사관에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의 설립과 운영 허가를 철회한다”고 통지했다. 미국이 제시한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폐쇄 시한을 16시간 앞두고 나온 결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미국의 비이성적인 행위에 대한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이라며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 외교 관례 등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양국이 현재 상황을 맞이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며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공세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협상의 여지는 남겨놨다. 중국 외교부는 “우리는 미국이 즉시 잘못된 관련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만들기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청두 카드’를 꺼내든 건 상징성과 함께 실리도 고려한 선택이란 평가다. 우한 주재 미 영사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미 미국 외교부 직원들이 철수한 상태라 폐쇄해도 실질적인 타격은 없다. 홍콩은 미국과 국가보안법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곳이라 상징성이 있다. 배치된 미국 외교관도 가장 많다. 하지만 가뜩이나 보안법 시행 이후 아시아 금융 허브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 영사관 폐쇄가 불러올 충격파가 너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폐쇄 대상이 된 청두 영사관은 미국이 인권 문제로 대중 공세를 펼칠 때 거론되는 신장(新疆)과 티베트를 관할하는 곳이다. 영사관 문을 닫으면 티베트와 신장 지역에 대한 미국의 눈을 가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지역의 민감 정보를 수집하는 거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편에선 중국이 맞대응 조치를 하면서도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나온 현실적인 선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이날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은 관할 지역이 비교적 작은 공관이고 지역 내 미국 기업이나 교민 규모도 작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청두 미 총영사관을 선택한 것은 미국이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선택한 것과 같은 이유”라며 “중국은 이를 통해 아직 이견을 조율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의 ‘공관 전쟁’이 쉽사리 끝나긴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여기서 물러서긴 어려운 상황이란 점에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중국 공관을 추가로 폐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가능하다”고 답했다.

CNN은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미국 정부의 다음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스파이 혐의로 수배 중인 중국인 과학자가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 신분을 숨기고 비자를 받아 기소된 중국인 네 명 중 체포되지 않은 한 명이다. 미 정부는 이들이 고급 정보를 빼내기 위해 군 요원 신분을 감추고 미국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이번 공관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미국이 공관 추가 폐쇄에 나설 경우 중국도 맞대응 조치를 하면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 미국 전문가 루샹(盧翔)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의 외교 기관을 더는 폐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미국이 만약 미친 짓을 계속하면 중국도 또 다른 보복 카드를 쓸 수 있다. 소위 외교관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미 정보기관 직원인 홍콩 주재 미 외교관들을 추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비우라는 미국의 통보에 중국 측은 ‘버티기’에 나섰다. 차이 웨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도 미국 언론들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영사관 문을 닫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72시간 안에 공관을 폐쇄하라는 미국 통보도 이례적이지만, 닫지 않겠다는 중국 대응도 전례가 없다. 차이 총영사는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추후 공지가 있기 전까지 영사관을 정상 운영할 것”이라며 “미국은 잘못된 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제시한 폐쇄 시한은 24일 오후 4시(한국시간 25일 오전 5시)까지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끝내 불복할 경우에도 미국이 영사관 폐쇄를 강제 집행할 수는 없겠지만 ‘더 이상 외교공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뒤 다음 조치를 취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워싱턴=박성훈·박현영 특파원, 서울=정은혜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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