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대학원 발표 일주일 전, 조국 가족 단톡엔 ‘합격 축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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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경심. [뉴시스]

정경심.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58) 교수가 아들의 대학원 합격 사실을 공식 발표 일주일 전에 미리 통보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대학원 청탁 정황 녹취록 공개 #정경심 “군대 끌려가게 생겼다” #아들 면접 전에 S교수 방문도 #S교수 “내가 통화한 교수 면접 불참”

23일 열린 최강욱(52) 열린민주당 대표의 재판에서다. 최 대표는 자신의 로펌에서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24)씨가 인턴 활동을 했다는 허위확인서를 작성해 대학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최 대표의 세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그의 명의로 발부된 조씨의 인턴증명서가 허위라는 정황증거를 다수 제시했다. 검찰이 제시한 녹취록에 따르면 정 교수는 서울대 S교수에게 “두 번 떨어지고 나니까 군대 끌려가게 생겼다”며 아들의 절박한 사정을 드러냈다. 그러자 S교수는 “내가 고대 교수 중 국제대학원 하나, 경영학 하나에 인터뷰 전 강하게 레코멘드(추천)했다는 얘기를 하면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후 정 교수는 아들의 면접을 앞두고 와인을 갖고 S교수를 방문했고, S교수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S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연세대·고려대 교수들과 전화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이에 대해 S교수는 “옛 친구가 찾아와 하소연해서 그냥 상투적으로 이야기했을 뿐이고 그쪽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통화한 교수가 면접에 참여하지도,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개한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등 가족 4명이 모인 채팅방에서는 정식 발표를 일주일 이상 앞둔 시점에 사실상 아들의 합격 통보를 받고 서로 축하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검찰은 또 정 교수와 최 대표 간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인턴 활동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2017년 5월 최 대표는 “오랜만에 조씨 목소리 들었네요”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창 조씨가 로펌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당시인데 사실상 만나지 않았음을 밝혀주는 주요 증거”라고 설명했다.

2018년 발급 인턴증명서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 대표 변호인은 “2017년 인턴증명서 두 장을 준 것 외엔 작성하지 않았다”며 “2018년 인턴증명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와 연관돼 있다. 이들은 최 대표 명의로 된 2017년과 2018년 인턴증명서를 아들 입시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대표 측 주장대로라면 그는 2017년 인턴증명서 두 장을 건넸을 뿐인데, 조 전 장관 부부는 출처 모를 2018년 발급 증명서를 제출한 셈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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