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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자유이용권까지…공유 오피스의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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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게 공간을 빌려 쓸 수 있는 편리함. 맥주와 스낵을 즐길 수 있는 쾌적한 부대시설. 무엇보다 폼나는 인테리어. 공유 오피스에 입주하는 이유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포지션에셋’에 따르면 2020년 2월 기준 국내 주요 공유 오피스는 73개 지점으로 면적은 약 11만평(3억6360만㎡) 가량이다. 패스트파이브(25개 지점)가 선두로 위워크(20), 스파크플러스(15)가 뒤를 잇는다. 업계에 따르면 공유 오피스의 전망은 밝다. 현재 전체 오피스 임대 시장의 0.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비율은 5~10% 정도까지 커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공간을 임차한 후, 작은 사무실을 원하는 사업자들에게 공간을 쪼개 임대하는 공유 오피스는 흔히 부동산 임대업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요즘은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 이상,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근사한 인테리어와 쾌적한 공간은 공유 오피스의 최대 장점으로 여겨졌다. 앞으로는 공간이라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 오피스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사진 패스트파이브

근사한 인테리어와 쾌적한 공간은 공유 오피스의 최대 장점으로 여겨졌다. 앞으로는 공간이라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 오피스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사진 패스트파이브

교육서비스, 매니지먼트까지 영역 확장

‘패스트파이브’는 가장 공격적으로 시장을 리드하는 회사다. 공간뿐 아니라 일하는 데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직원 교육, 복리후생 등 업무 지원 영역, 인재관리(HR) 등의 보다 다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성인 교육플랫폼 기업 ‘패스트캠퍼스’에 17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다. 패스트캠퍼스는 패스트파이브의 모기업인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출자한 기업이다. 외국어부터 프로그래밍, 데이터 사이언스, 마케팅 디자인 등 방대한 교육 콘텐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입주사에게 이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교육 콘텐츠를 이용하는 취업 준비생 풀을 마련해 입주사를 위한 인재 채용 서비스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패스트파이브 박지웅 대표는 “기존 공유 오피스가 사무실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인프라 운영비만 생각했다면 요즘은 기업들이 지출하는 다양한 유지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직원들의 복리 후생, 교육 및 개발, 마케팅 및 판촉, 점심·저녁 식대 등에 들이는 비용을 공유 오피스가 해결해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 5월 강남 역삼동에 공동직장어린이집을 개원해 입주사 멤버들에게 복지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가 운영하는 공동직장어린이집. 입주사 멤버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이다. 사진 패스트파이브

'패스트파이브'가 운영하는 공동직장어린이집. 입주사 멤버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이다. 사진 패스트파이브

또 다른 공유 오피스 업체 ‘로컬스티치’는 매니지먼트 사업 개념을 도입했다. 주로 1인 프리랜서나 스타트업이 입주하는 공유 오피스의 특성상,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여러 직군의 멤버를 만나게 되는데 이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돕고 발생하는 이익을 나누는 구조다. 예를 들어 입주 멤버 중 셰프가 있다면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함께 팝업 레스토랑을 열거나 신규 지점에 식당을 내도록 지원하는 형식이다.

'로컬스티치'는 지역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입주 멤버인 셰프와 함께 팝업 레스토랑을 열거나 지점에 식당을 내도록 돕는 형태다. 사진 로컬스티치

'로컬스티치'는 지역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입주 멤버인 셰프와 함께 팝업 레스토랑을 열거나 지점에 식당을 내도록 돕는 형태다. 사진 로컬스티치

맞춤형 사옥에 큰 기업도 솔깃

공유 오피스가 변화에 몰두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 시대의 오피스 형태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와 유연 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큰 비용을 차지했던 사무실 임대, 유지비용 개선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공유 오피스 수요도 다양해졌다.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뿐 아니라 건물 한 층을 모두 점유하는 50인 이상 법인들도 공유 오피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건물을 고정적으로 임차하기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 지난 6월 SK텔레콤은 모든 직원의 출근 시간을 10~20분 단축할 수 있도록 거점 오피스 혹은 위성 오피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정 기업만을 위한 맞춤형 오피스를 만들기도 한다. 업종 특성에 맞는 인프라 구축은 필수다. 사진 스파크플러스

특정 기업만을 위한 맞춤형 오피스를 만들기도 한다. 업종 특성에 맞는 인프라 구축은 필수다. 사진 스파크플러스

‘커스텀 오피스(맞춤형 사무공간)’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입주를 원하는 기업의 업종·예산·조건 등에 맞춰 건물 서치부터 시설 인프라까지 모두 제공하는 서비스다. 입주 기업 입장에선 사옥 탐색,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 2017년 커스텀 오피스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스파크플러스에는 ‘베스핀글로벌’ ‘마이리얼트립’ 등이 입주했다. 패스트파이브도 ‘오피스 솔루션’이라는 형태로 맞춤형 사무 공간을 제안한다. 고객사가 임차한 빌딩을 패스트파이브가 공간 디자인과 설계‧시공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최근 오픈한 '로컬스티치' 약수점. 입주사인 '영화진흥위원회'를 위해 시사회가 가능한 작은 타운홀 공간을 만들었다. 매거진 바 '도큐'를 만들어 근처 창작자들이 자연스레 모일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사진 로컬스티치

최근 오픈한 '로컬스티치' 약수점. 입주사인 '영화진흥위원회'를 위해 시사회가 가능한 작은 타운홀 공간을 만들었다. 매거진 바 '도큐'를 만들어 근처 창작자들이 자연스레 모일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사진 로컬스티치

경쟁상대는 스타벅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었는데 동네 스타벅스가 붐비는 이유가 뭘까.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맞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모든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추구하는 목표다. 고정 입주자가 아니어도, 마치 카페처럼 공유 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유 이용권' 상품을 내놓는 이유다. 패스트파이브는 ‘패파패스’, 로컬스티치는 ‘핫데스크’라는 이름으로 월단위 멤버십 비용을 내면 전 지점의 공용 라운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집에서 일하기 힘든 직장인들이 주로 몰린다.

자유이용권처럼 이용하는 월단위 멤버십 서비스로 공유 오피스를 보다 가볍게 이용할 수도 있다. 사진 패스트파이브

자유이용권처럼 이용하는 월단위 멤버십 서비스로 공유 오피스를 보다 가볍게 이용할 수도 있다. 사진 패스트파이브

주거 서비스와 일터를 연결하는 형태도 등장했다. 로컬스티치는 2층에서 일하고, 3층에서 잠자는 '공유 주거+오피스' 형태를 제안했다. 패스트파이브도 ‘라이프 온 투게더’라는 1인 가구를 위한 공유 주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의 변화는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본질적 고민에서 출발한다. 더는 한 곳에 모여 일하지 않아도 되는 24시간 초연결 시대,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의 시대다.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는 “부동산에 묶이지 않고 공간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방식으로 오피스 시장 전체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거 공간과 일하는 공간을 결합한 로컬스티치의 '동교맨션.' 사진 로컬스티치

주거 공간과 일하는 공간을 결합한 로컬스티치의 '동교맨션.' 사진 로컬스티치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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