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고장에선] 전주 평당 분양가 '5백만원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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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도 아파트 투기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모델하우스에 소비자들이 구름처럼 몰리는가 하면 '떴다방'들이 등장해 분양권 전매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주를 비롯한 중소도시의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3백만원대에서 5백만원 안팎으로 껑충 치솟으며 '분양가 거품'논란이 일고 있다.

시행사와 시공사들이 수익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적정 단가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분양가를 매겨 애꿎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는 탓 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아파트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껑충 치솟은 분양가'=전주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면서 평당 5백만원을 넘거나 근접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청약접수를 받은 포스코건설의 '더 샾'은 38, 47, 54, 64평형 등 총 8백80여가구를 평당 4백62만~5백9만원에 분양했다. 특히 54평형과 64평형 가운데 37가구는 5백4만원과 5백9만원에 분양했다.

지난 7~8월 입주를 마친 전주시 중화산동의 '코오롱 하늘채'나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현대 에코르'의 분양가(평당 3백20만~3백50만원)와 비교하면 1백50만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또 광진건설이 중화산동에 지을 계획인 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격이 4백70만~4백80만원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순쯤 모델하우스를 공개하는 엘드건설의 '수목토' 아파트는 4백30만원선에서 분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전주시가 새로 조성하는 서부 신시가지 공동주택용지가 평당 2백63만~2백97만원에 낙찰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아파트 분양가는 6백만원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적정선보다 1백만원 이상 높다'=아파트 분양가는 크게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 분양을 위한 광고비와 각종 시설 분담금, 적정 이윤이 따라 붙는다.

이같은 원가 측면을 고려할 때 최근 전주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지나칠 만큼 가격이 높게 부풀려져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포스코의 '더 샾'은 토지 평당 매입가격이 1백30만원이지만 용적률(2백50%)을 고려하면 실제 땅값은 55만~60만원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건축비 2백23만원(건교부제시 표준 공사비), 이윤을 포함한 기타 부대비용(50만원) 등을 산정할 경우 적정 분양가는 3백30만원선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더 샾'은 분양가를 4백62만~5백9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내부 마감재를 고급제품으로 사용한 데다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으로 분양가가 높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모델하우스를 둘러 본 중개사 허모씨는 "내부구조를 수납을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띌뿐 인테리어가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주대 부동산컨설팅연구소는 "현재 분양 중이거나 곧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데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큰 문제"라고 밝혔다. 연구소 관계자는 "특히 향후 3년내 5천여세대의 아파트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만큼 가격 폭락으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분양원가 공개 시급=아파트 분양가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여야 국회의원 33명은 '아파트 공급시 공사원가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주택법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건설업체는 공동주택 부지 부족과 이로 인한 부지 매입비 상승, 고급 마감재 채택, 인건비 인상 등에 따라 아파트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에게 주거비 부담을 증대시켜 내집 마련의 소박한 꿈에 찬물을 끼얹고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또 아파트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를 공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나며, 이를 규제할 경우 주택공급이 위축되고 아파트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주대 민규식(부동산학과)교수는 "과도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건설 원가 측면서 분양가를 정하는 '원가 연동제'의 부활이나 아파트를 어느 정도 건설한 뒤 분양하는 '후 분양제'실시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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