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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관노' 네티즌 "소송 환영"…후손 "목이 메고 분통터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잠자리를 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유포한 A씨가 21일 커뮤니티 클리앙에 남긴 댓글. [사진 클리앙 화면 캡처]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잠자리를 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유포한 A씨가 21일 커뮤니티 클리앙에 남긴 댓글. [사진 클리앙 화면 캡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잠자리를 했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게시된 데 대해 이순신 장군의 후손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해당 글쓴이가 “소송이 있다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 따르면 21일 해당 사이트 회원 A씨는 “회사하면서 소송은 많이 겪었다”며 “괜찮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A씨는 “이 해석 자체가 학계에서도 나오는 말”이라며 “소송이 있다면 환영이다. 좀 제대로 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 “삐뚤어진 연합뉴스 인용으로 본질과는 상관없이 회자되어 진짜 하고픈 말이 많다”고 덧붙였다.

A씨는 그러면서 “저는 민주당을 공격하는 프레임이 이전에는 반공 지금은 젠더라 생각한다”며 “젠더로 돌려만 놓으면 여기서조차 내분이 일어나고 내부에 총질하기 바쁘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 후손들 "목이 메고 분통 터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이순신 장군 동상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이순신 장군 동상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순신 장군의 후손인 덕수 이씨 대종회와 충무공파 종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중일기의 '여진입, 여진삽' 부분도 잠자리와 연관 짓는 것은 일본인의 오독을 답습한 잘못된 주장”이라며 “왜 서울시장이 숨진 데 충무공을 갖다 대느냐. 후손으로서 기가 차고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고 분통이 터진다”며 A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종천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장은 “충무공께서 모친상을 당한 상제의 몸으로 백의종군하러 가는 중에 여인과 잠자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과가 없으면 고발도 하겠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이 성장한 충남 아산 출신인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도 “어제(20일)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니 문중에서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수사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종친회에서 논의가 있겠지만 망언을 한 측에서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1일 박 전 시장 조문과 관련한 클리앙 게시글에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요?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후 ‘2020년 여비서를 조선시대 관노와 비교하다니’ ‘관노, 관비도 구분 못 하면서 이걸 예시라고 드셨나’ ‘관노 드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이순신 종친과 여성단체에서 고소하고도 남을 수준’ 등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가열되자 A씨는 13일 “많은 분이 관노라는 단어에만 민감해하는데 박원순 시장과 관노란 취지 절대 아니다”라며 “제 글은 지금의 잣대로 가장 수치스러운 부분을 그 사람의 공적을 허는 데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순신 장군을 이념 편향의 도구로 악용해선 안 돼"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 연합뉴스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 연합뉴스

이에 이 의원은 14일 “난중일기를 연구해 온 전문 연구가들로부터 자문해 종합한 결과 이순신 장군이 관노와 잠을 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 의원은 “저녁에 여산의 관노의 집에서 잤다(夕宿于礪山官奴家)'는 문구도 논란이 됐지만, 이는 장군이 백의종군하러 가던 중 여산 관아의 사내종 집에서 하룻밤 유숙한 것으로 여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관노(官奴)는 남자종을, '잘 숙(宿)'은 단순히 숙박을 뜻한다는 게 전문 연구가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물타기 하기 위해 위대한 영웅을 허위사실에 근거해 비교 인물로 등장시킨 것은 국민적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순신 장군을 이념 편향의 도구로 악용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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