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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취임날 청와대 간 이혁진 "나 종석이형 친하잖아, 만나야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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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구갑에 출마한 이혁진 민주통합당 후보. [뉴시스]

19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구갑에 출마한 이혁진 민주통합당 후보. [뉴시스]

5000억 원대 펀드 사기 혐의를 받는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일 청와대를 찾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해외로 출국해 현재 기소 중지된 상태다. 그는 출국 당일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장소에 나타나 미래통합당에선 이 전 대표가 여권 실세의 비호 아래 도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21일 미래통합당 조해진 의원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의 취임 당일인 2017년 5월 10일 오후 청와대를 찾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여민관 입구인 ‘연풍문’을 방문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 소속이던 A씨를 30여분간 만났다.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 당선 다음 날인 5월 10일에 청와대에서 짐을 싸고 있는데 이 전 대표가 전화를 걸어 와 청와대 앞이니까 나오라고 했다”며 “연풍문 2층 카페에서 만나 ‘어떤 일로 왔냐’고 물으니까 이 전 대표가 ‘내가 종석이 형(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랑 친하잖아. 종석이 형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와 임 전 실장은 한양대 동문이다.

A씨가 이 전 대표와 만났다고 한 청와대 연풍문 2층은 평소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장소다. 다만 두 사람이 만난 날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임기 시작일로 일반인이 연풍문에 오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A씨는 “이 전 대표가 찾아온 시간은 점심시간이 끝난 직후였다”고 했다. 조해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최근 잇따라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임 전 실장과 친분이 없다’고 해왔던 것과 배치되는 정황”이라고 했다.

이혁진 전 대표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실 제공]

이혁진 전 대표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실 제공]

통합당은 이 전 대표가 횡령과 성범죄, 상해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2018년 3월 22일 도피성 출국을 나선 데 대해 “임 전 실장 등 여권의 한양대 인맥이 비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출국 당일 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행사장에 나타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등을 만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임 전 실장 측은 “(문 대통령 취임 당일) 두 사람이 만났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청와대 전체 시스템을 너무 무시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또 “연풍문은 청와대 내부가 아니다. 아무나 오는 곳”이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인수·인계도 못 하고 청와대에 들어왔는데 그날 임 전 실장이 이 전 대표를 왜 만났겠느냐”고 했다. 이어 “2012년 이 전 대표가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서울 서초갑 후보로 출마할 때도 임 전 실장(당시 사무총장)은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문 대통령 취임 당일 청와대에서 임 전 실장을 만났느냐’고 이 전 대표에게도 물었지만, 그는 메시지를 읽기만 하고 답하지는 않았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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