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은 만병통치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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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관심이 비타민에 쏠리고 있다. 한때 전국의 약국마다 비타민이 동이 날 정도로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는데...

관심이 지나치다보니 비타민의 효능이 풍선처럼 부풀어 남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비타민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백색 비타민 돌풍, 이왕재 교수의 비타민 C건강법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서울대 의대 해부학 교실의 이왕재 교수가 나와 비타민 C의 효능과 복용법에 대해서 강연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전국 약국에는 비타민 C가 동이 났다.

그만큼 선풍적인 효과를 몰고 온 것이다.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왕재 교수의 비타민 C 이론은 다음과 같다.

비타민 C 하루 권장량은 60mg이다. 하루 시금치 100g을 먹으면 하루 비타민 C 권장량을 섭취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교수는 이 권장량을 파격적으로 깼다.

이교수는 하루에 60mg의 100배인 6g을 먹으면 질병 예방 및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비타민 C의 고용량 복용법은 사실 이교수가 처음 주장한 것은 아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 박사가 효시로, 그는 3기 이상 말기 암 환자에게 하루 10g의 비타민 C를 복용하게 한 결과 생존기간이 훨씬 늘어난 사례를 보고했다.

폴링 박사는 암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하루 10~18g까지 비타민 C를 섭취할 것을 권했다.

미국 터프츠대학 연구팀은 하루 60mg의 비타민 C를 복용하는 사람보다 하루 500mg을 복용하는 사람이 백내장에 걸릴 확률이 1/3로 떨어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사르지 박사는 하루에 2g씩 비타민 C를 먹으면 혈액의 응고가 억제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교수의 비타민 C 복용법을 뒷받침하는 이러한 이론 외에 이교수가 직접 체험한 질병 치유 사례도 귀를 번쩍 뜨이게 한다. 그가 공중보건의로 국립 경상대학교에 근무하던 시절, 한 선배의 영향으로 비타민 C의 효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무렵 부친이 당뇨병으로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고, 1~2년 시한부 인생을 살던 부친이 아들의 뜻대로 비타민 C를 지속적으로 복용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정정하게 생존하고 있다.

이교수의 장인이 고혈압이 심했는데, 어느 날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다. 망막 혈관들이 막힌 것이 원인이라고 하자, 그때부터 비타민 C만 열심히 복용하게 했다는 것.

2년 후 병원 검진 결과 혈압은 정상치로 돌아왔고, 시력 역시 회복이 되었다. 이교수 자신도 비타민 C를 장복하고 있는데, 그동안 감기라고는 모르고 살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교수의 비타민 C 고용량 복용법이 매스컴에 보도되자마자 전국이 비타민 C 열풍에 휩싸였다.

그러나 사실 비타민의 하루 복용량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많다. 하루 60mg은 영국에서의 권장량이고, 나라마다 권장량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또 흡연자는 비타민 C 복용량이 비흡연자에 비해 늘어나는 등 수치를 꼭 집어서 권장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한 연구에 의하면 비흡연자의 경우 하루에 100mg을 섭취해야 하고, 흡연자의 경우 비타민 C 소모율이 훨씬 빨라서 140mg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하루 복용량 60mg에 비해서 훨씬 많은 양이다.

●비타민 C엔 어떤 효능이 있을까?

비타민 C의 효능은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항산화 효과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항산화 효과

비타민은 총 13가지 종류가 있다. 기름에 녹는 지용성과 물에 녹는 수용성으로 나뉘는데, 지용성 비타민 A, D, E, K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용성이다. 이 중에 비타민 A, C, E는 다시 묶어서 ‘항산화 비타민’이라고 불린다.

우리 몸 안에서 생성되는 유해산소, 즉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제의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지방 등의 영양소를 음식물의 형태로 섭취해야 한다.

음식물은 소화과정에서 호흡을 통해 체내로 들어온 산소와 세포 내에서 결합하는데 이것이 곧 산화이다.

이 산화 과정에서 우리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라는 찌꺼기가 나오는데, 이것이 적당히 나오면 우리 몸 자체 내에서 흡수 처리되지만, 다량 방출이 되면 세포를 빠른 속도로 산화시킴으로써 세포를 병들게 한다.

우리 몸이 노화가 된다는 것은 철이 녹슬듯이 산화가 진행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항산화 비타민과 같은 항산화 물질을 다량 섭취하면 불필요한 활성산소를 우리 몸에서 제거하고 세포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각종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를 비롯한 대표적인 성인병과 암 등은 항산화 물질이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것이므로 비타민 C를 비롯한 항산화 비타민을 복용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조직의 성장과 회복

비타민 C는 신체조직의 성장과 회복에 필수적이다. 비타민 C가 결핍되면 조직이 손상을 입게 되고 상처의 치료가 더디다.

▣해독작용

간에 저장된 비타민 C는 발암물질과 오염물질, 살충제, 의약품 등에 대해 해독작용을 한다. 공업용 화학제품에서 유발될 수도 있는 암으로부터 세포 손상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어느 노동자 그룹이 매일 비타민 C 보충제를 복용한 이후 세포손상률이 훨씬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다.

▣철분 흡수를 돕는다

비타민 C는 식물성 식품으로 섭취한 철분의 흡수능력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철분 결핍으로 인한 빈혈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 유발물질 생성 방지

비타민 C는 아질산염, 아민으로부터 니트로사민이 생성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니트로사민이라는 것이 생성되면 사람에게 암을 유발시킨다.

▣간 보호

다량의 비타민 C를 복용하면 간 세포의 손상을 감소시켜주고, 인체로부터 알코올이 제거되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알코올중독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준다.

● 비타민은 만병통치약인가?

비타민 C가 우리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각종 성인병 예방 및 치료에 죻은 효과가 잇음은 과학적으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비타민C가 몸에 좋다는 사실이 방송되면서 일반인 중에서 과잉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비타민 C만 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믿고는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암 환자가 치료 및 약 복용을 거부하고 비타민 C만 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믿고는 병원에서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암 환자가 치료 및 약 복용을 거부하고 비타민 C 를 고용량 복용한다든가, 당뇨로 고생하던 사람이 병원의 정기적인 검진을 거부하고 비타민 C에만 의존하는 등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5년 이상 비타민제를 매일 복용하면서 기본 겅강을 지키고 있는 원자력병원 백남선 원장은 요즘의 비타민 돌풍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대체의학이 꽤 인정을 받았습니다.

고용량 비타민을 투여해서 질병을 치유한다는 메가비타민요법 등 태체요법으로 비타민이 많이 활용되었는데, 최근에는 그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병원서에 정규 치료를 받으면서 비타민 C등은 손상된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고 세포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므로 보와요법의 하나로 복요하도록 권합니다.

병원 치료를 끊고 비타민C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과학적인 검증을 전혀 거치지 않은 매우 위험한 처사입니다.

비타민은 대부분의 병발생률을 낮춰줄 가능성이 높은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값이 싼 건강보조제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즉 비타민C가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병원의 종규 치료를 끊어버리고 비타민에만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 비타민 C가 결핍되면 우리 몸에는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연구 결과에 의하면 비타민의 결핍 상태는 여러 단계를 거쳐서 전개되며, 각 단계는 그 다음 단계로 점차 진전되면서 연결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타민 C가 결핍되면 흔히 식욕감퇴, 불면증, 졸음, 신경과민, 막연한 불안, 약물의 대사감소, 병에 대한 저항력 약화 등이 뒤따른다.

여기까지는 초기 증상으로 그 다음 단계가 되면 잇몸 출혈 및 기타 출혈이 생기며 상처가 잘 치료되지 않고, 피부에 비늘 모양의 조각이 생긴다.

이때 비타민 C를 보충하지 않으면 이런 신체조직의 변화를 초래해 결국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혈액 내의 비타민 C 함량이 한계치 정도로 낮아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거나 우리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비타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체중조절식과 편식, 종교적 금식을 하는 사람들,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경우 비타민 C 결핍이 생기기 쉽다.

심한 음주는 위장과 장의 비타민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음식을 통한 비타민 부족 현상을 한층 더 심화시킨다.

비타민 C 결핍 증상은 초기에 약간의 피로 등으로 미미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소홀하기 쉬운데, 결핍 시기가 오래 가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는 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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