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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화웨이 배제에 中 틱톡, 런던 본사 후보 제외…미·중 이어 거칠어지는 영·중 갈등

중앙일보

입력

영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상찮다. 영국 정부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퇴출 발표를 시작으로 양국이 보복성 제재를 주고받는 양상이다. 중국은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TikTok)을 앞세웠고, 영국은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대중국 제재를 추진할 기세다.

중국의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TikTok) 앱(왼쪽)과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화웨이 리서치개발센터. [EPA, AP=연합뉴스]

중국의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TikTok) 앱(왼쪽)과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화웨이 리서치개발센터. [EPA,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글로벌 본사 후보지에서 영국 런던을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바이트댄스는 사업 확장을 위해 베이징 본사 외 다른 지역에 글로벌 본사를 두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바이트댄스는 몇몇 후보국 가운데 영국 런던을 최우위에 두고 몇 달간 영국 총리실 및 국제통상부와 논의해왔다.

그러나 최근 모든 논의가 돌연 중단됐다. 바이트댄스는 "더 넓은 지정학적 맥락"이라는 이유로 글로벌 본사 런던 설립 계획을 무산시켰다. 이날 보도와 관련, 바이트댄스 대변인은 BBC에 "여전히 런던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만 전했다. 영국 국제무역부 대변인도 "바이트댄스의 상업적 이익에 따른 결정일뿐, 정치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중국 "모든 결정엔 책임 따라"…경제 보복 시작됐나 

주목할 점은 바이트댄스의 결단 시점이다. 바이트댄스의 결정은 영국 정부의 화웨이 퇴출 발표 5일 만에 나왔다. 앞서 중국은 영국의 화웨이 퇴출 결정에 "모든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보복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이번 바이트댄스의 결정이 중국 경제 보복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틱톡(Tik Tok) 로고 앞에 3D프린터로 그린 인물들. [로이터=연합뉴스]

틱톡(Tik Tok) 로고 앞에 3D프린터로 그린 인물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화웨이 장비 퇴출부터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제재 경고 등 영국 정부의 잇따른 압박이 중국을 자극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중국은 자국에 해를 가한다고 판단되는 국가에 경제적 타격을 가하는 조치를 했다.

대표적인 곳이 호주다. 호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로 중국을 저격하자 무역·관광·교육 분야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이에 호주가 틱톡 사용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양국 관계도 위태로운 상태다.

현지 언론은 바이트댄스의 이번 결정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틱톡은 이미 유럽에서 약 1000명을 고용했다. 예정대로 틱톡 글로벌 본사가 런던에 세워지면 일자리 수가 3000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류 샤오밍 주영 중국대사. [AFP=연합뉴스]

류 샤오밍 주영 중국대사. [AFP=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영국 원자력 사업과 자동차 산업에는 중국 자본이 밀려들고 있다. 영국 원자력 사업에서 중국은 주요 투자국이다. 이미 중국 광핵(CGN)그룹은 영국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 등에 36억 파운드(5조 4500억원)를 투자했다.

또 인도 타타모터스가 소유하고 있는 영국 최대 자동차기업 재규어 랜드로버는 최근 중국 시장 진출에 이어 지난달 중국 5개 은행에서 5억6000만 파운드(8500억 원)를 빌렸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한 경영 악화가 발목을 잡았다.

영국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 중단"…중국에 맞불 

그러나 영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영국 외무부는 중국을 상대로 소수민족 탄압을 걸고넘어졌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을 중단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아울러 인권 탄압을 저지른 기관이나 개인에 자산 동결과 여행 제한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영국은 앞서 러시아·미얀마·북한·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를 대상으로 이 같은 제재를 내린 바 있다. 또 영국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맞서 이민법 개정을 추진해 대립각을 세운 상태다.

중국도 즉각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신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영국이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다"면서 "중국은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위구르족을 탄압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비방으로, 영국의 내정 간섭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앞서 류 샤오밍 주영 중국 대사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며 "중국 정부는 모든 소수민족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있으며,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상대로 거짓 혐의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진출한 영국 기업에 제재를 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경제를 정치화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영국이 미국의 압박 때문에 중국 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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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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