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경찰, 박원순 고소 사실 2시간 전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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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20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한 것은 적절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의 판단을 지켜본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조직법 등 통상적 국가운영 체제에 따라서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하는 거로 알고 있다”며 “사회의 이목을 집중하는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발생 단계에서 보고하는 거로 내부 규칙에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된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 건은 당일 경찰청을 거쳐 청와대 국정상황실로 보고됐다.

김 후보자는 “경찰청에도 오후 6시 조금 넘어서, 청와대에는 거의 오후 7시가 임박해서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도 접수됐다는 사실은 문자로 보고를 받았다.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에 보고되면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지휘를 청와대에서 하느냐’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필요한 경우 보고는 하지만 별도로 보고된 사안에 대해 (청와대의) 수사지휘를 받는 경우는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권영세 “경찰, 당일 오후 2시 28분 고소 사실 인지”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은 “경찰이 공식적으로 인지한 것은 8일 오후 4시 30분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할 때가 아니라 오후 2시 28분 고소인 변호사가 서울청 여성청소년과 팀장한테 전화로 중요 사안이라고 이야기했을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시 젠더특보는 30분쯤 뒤인 오후 3시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은 “피해자측 변호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최초 통화시에는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거기에 대해서는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경찰 수사가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피고소인이 사망해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따라서 ‘공소권 없음’으로 조치하는 게 타당하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지만, 경찰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룡 후보자 “경찰 잘못 있으면 책임지겠다”

김 후보자는 박 전 시장에 대한 피소 사실 유출 경위와 관련해선 “수사 정보 누출 부분은 지금 검찰에 고소ㆍ고발이 접수돼 있다”며 “검찰의 판단을 지켜보면서 경찰 수사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현재까지 경찰이나 청와대서 유출된 정황은 없는 거로 알고 있다”며 “가정을 전제로 해서 답변드리기는 어렵지만 경찰의 잘못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의 호칭 논란에 대해선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큰 차이가 없는데도 굳이 피해자 대신 피해호소인 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느냐’는 권영세 의원 질문에 “그것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범죄 수사 규칙에 의하면 범죄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사람에 대해서는 피해자라고 인정을 하고 거기에 준해서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이라며 유포된 내용에 대해선 “현재까지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후보자가 부산지방경찰청 재임 시절 발생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늑장 수사 지적도 제기됐다. ‘오 전 시장 피해자 진술은 사건 발생 43일 만이자 내사 착수 27일만인 5월 20일경 받았다. 박 전 시장 건은 바로 피해자 진술 조사를 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는 박수영 통합당 의원 질의에 “박 전 시장 사건은 고소인이 직접 고소했고, 부산시장 건은 오 전 시장의 일방적인 기자회견으로 저희가 인지했다”며 “피해자 진술 등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4·15 총선 전에 알았느냐’는 박완수 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졌고,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였다”고 답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오는 23일 퇴임하는 민갑룡 경찰청장 후임으로 2년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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