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오보 해프닝에 공영노조 "정권 나팔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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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홈페이지 캡처]

[사진 KBS 홈페이지 캡처]

KBS 노조 비상대책위원회와 KBS 공영노조가 20일 자사를 향해 “정권의 나팔수” “보도 참사” 등 날선 비판 성명을 냈다. 지난 18일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지만, 이 기사가 오보라는 지적에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면서다.

KBS는 지난 18일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기자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 유시민 이사장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 검사장이 이에 대해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직접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기사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강요미수’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까지 “KBS 보도는 검찰로부터 확인한 내용도 아니고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KBS는 19일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사과했다.

공영노조는 이에 대해 “KBS 보도본부 취재팀이 하루 만에 굴욕적인 ‘셀프 항복선언’을 한 셈”이라며 “이게 무슨 난센스이고 코미디 같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KBS 보도본부는 소설을 쓴 것인가? 정권의 프로파겐다 스피커로 셀프 전락한 것인가?”라고 했다.

KBS노조 비대위도 성명을 통해 “마냥 밑도 끝도 없는 사과만 할 것이 아니라 보도 참사를 부른 해당 대화 녹취 전문과 입수 경위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양승동 KBS 사장은 정체불명의 대화 녹취가 검증없이 무리하게 보도에 쓰여지게 된 배경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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