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면 바닥나는 의보재정… 직장의보도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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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료보험이 그동안의 적립금을 거의 다 까먹어 최악의 경우 환자들의 진료비를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는 최대의 위기 상황에 부닥쳤다.

13일 보건복지부(http://www.mohw.go.kr)와 국민건강보험공단(http://www.nhic.or.kr)에 따르면 올 1, 2월 직장의보의 진료비 지출액이 급증하면서 적자 폭이 급격히 확대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현재 8천4백여억원이던 직장의보의 누적 적립금이 3천여억원선으로 줄었다.

이 추세로 가면 직장의보 적립금은 5월께 바닥을 드러내고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환자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1977년 직장의보 도입 이후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내기는 처음이다.

◇ 직장의보 고갈 원인〓99년 11월 이후 저 수가(酬價.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 등에 지급하는 진료비) 를 개선하고 의약분업으로 인해 수가를 다섯차례에 걸쳐 41.5% 올린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의료보험 통합(2000년 7월) 전에는 1백39개 직장의료보험조합들이 가입자로부터 거두는 보험료를 '내 돈' 으로 여기고 철저히 관리했으나 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되면서 이 관리체계가 무너졌다. 핵심적인 진료비 통제장치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통합을 앞두고 일부 직장조합들은 "통합하면 우리 돈이 아닌데 왜 보험료를 올리느냐" 는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며 적립금을 쓰는데 바빴다.

또 외환위기로 실소득이 감소해 보험료 수입의 증가 속도도 느려졌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辛泳錫) 책임연구원은 "최근 5년간 직장보험의 지급액(진료비.약값 등) 증가율은 평균 18.3%에 달했으나 보험료 수입 증가율은 평균 7.6%에 그쳤다" 고 말했다.

◇ 직장의보 적자 폭 확대〓직장의보의 지출액은 지난해 5월 3천3백13억원에서 12월 5천5백22억원으로 66% 증가했다.

반면 보험료 수입은 3천5백억원에서 3천9백억원으로 11%밖에 늘지 않아 월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 1, 2월 상황도 마찬가지로 추정된다.

그 적자는 적립금으로 메워왔다. 이 때문에 96년 2조6천여억원에 달하던 적립금이 지난해 8천억원대로 줄었다가 올 5월께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역의보 역시 지난해 말 적립금을 다 까먹고 올 들어 두차례 6천2백억원의 국고를 긴급 수혈했지만 남은 돈이 1천3백억원 정도여서 다시 국고보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 충당 방안〓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부당청구를 조사하고 고가약 처방시 진료비를 삭감하는 등 '누수' 차단에 나설 방침이다.

또 올 7월께는 직장과 지역의보 모두 보험료를 최소한 20% 올릴 예정이다. 공단측은 '의약분업 정착 비용' 차원에서 거액의 국고보조를 원하고 있다.

의보료 인상은 가입자들의 반발이 문제다.

지난 1월 직장의보는 20%, 지역의보는 15%씩 보험료를 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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