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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준우승 김민규 “앞으로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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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민규가 코리안투어 KPGA 오픈 연장에서 준우승했다. 데뷔 2연속 준우승을 한 그는 김주형과 남자골프 10대 돌풍을 이끈다. [사진 KPGA]

김민규가 코리안투어 KPGA 오픈 연장에서 준우승했다. 데뷔 2연속 준우승을 한 그는 김주형과 남자골프 10대 돌풍을 이끈다. [사진 KPGA]

 “퍼트가 아쉽네요. 아버지한테 우승 선물 안기고 싶었는데….”

KPGA 오픈 2차 연장서 2위 #어려운 가정형편 탓 힘들게 훈련 #최근 남자골프 10대 돌풍 주인공 #이수민, 입대 전 아내에 우승 선물

19일 충남 태안 솔라고 컨트리클럽. 한국 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PGA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 끝에 준우승한 김민규(19)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12일 군산CC 오픈에 이은 2주 연속 준우승이다. 이번 대회 첫날인 16일은 그의 아버지 생일이었다. 우승을 선물하고 싶었던 그는 “두 대회를 치르면서 생각보다 잘 풀리긴 했다. 그래도 우승을 못 한 건 아쉽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KPGA오픈은 타수마다 걸린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민규는 대회 내내 공격적인 스타일로 선두권을 지키며 우승을 노렸다. 2001년 3월생인 그는 유럽 무대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배들과 당당하게 겨뤘다. 1~4라운드 합계 50점을 기록한 뒤, 2차 연장에서 이수민(27)에 져 준우승했다. 그래도 코리안투어 데뷔 직후 두 대회 연속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자신보다 1살 아래인 김주형(18)과 함께 국내 남자 골프 10대 돌풍을 몰고 왔다.

KPGA 코리안투어 KPGA 오픈 최종 라운드 3번 홀에서 티샷하는 김민규. [사진 KPGA]

KPGA 코리안투어 KPGA 오픈 최종 라운드 3번 홀에서 티샷하는 김민규. [사진 KPGA]

7세에 골프를 시작한 김민규는 어려워진 가정 형편에도 꿈을 잃지 않고 성장했다. 부모의 사업 실패 탓에 중고 장비로 집 근처 잡초밭에서 연습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하루 10시간 이상 훈련하고 노력했다. 2015년 국내 남자골프 역대 최연소인 14년 3개월에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중학교 졸업 후 남다른 길을 걸었다. 고교 진학 대신 유럽으로 나갔다. 2017년 유럽 프로골프 3부 투어에 도전했고, 지난해부터는 챌린지(2부)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기왕 프로골퍼가 되겠다면 빨리 해외 무대에 나가 부딪혀보자”는 아버지의 권유가 그를 움직였다.

김민규는 "유럽 현지에서는 매니저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훈련·생활 등 기본적인 결정은 혼자 내리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나이에 비해 성숙했다. 성적도 좋았다. 2018년 D+D 체코 챌린지에서 챌린지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17세 64일)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호주 PGA 챔피언십에서 첫 유러피언(1부) 투어 톱10(9위)에 들었다. 그는 "돌아가지 않고, 공격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코스 매니지먼트 등 시합하면서 쌓인 경험과 자신감이 내 골프 스타일을 바꿨다”고 말했다.

KPGA 코리안투어 데뷔 두 개 대회 연속 준우승한 김민규. 비록 연이은 아쉬움을 겪었지만 그는 고개 숙이지 않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태안=김지한 기자

KPGA 코리안투어 데뷔 두 개 대회 연속 준우승한 김민규. 비록 연이은 아쉬움을 겪었지만 그는 고개 숙이지 않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태안=김지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눈을 국내로 돌린 김민규의 초반 행보는 돋보인다. 코리안투어 시드가 없어 대회마다 예선을 치렀던 그는, 좋은 성적 덕분에 다음 달 KPGA 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그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드라이브샷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웨지샷도 더 다듬어야 한다. 국내 투어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선수보다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 성적이 좋으면서도 인성도 바르고, 팬들한테 인기 좋은 골퍼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KPGA 오픈에서 우승한 이수민. 그는 최근 혼인 신고한 아내에게 우승 선물을 안겼다. [사진 KPGA]

KPGA 오픈에서 우승한 이수민. 그는 최근 혼인 신고한 아내에게 우승 선물을 안겼다. [사진 KPGA]

연장에서 김민규를 누르고 코리안투어 통산 4승을 거둔 이수민은 9개월 만의 우승이다. 내년 초 입대를 앞두고 부인 최지연(30)씨에게 좋은 선물이 됐다. 이수민은 "슬럼프가 왔을 때 아내가 큰 힘이 됐다. 아내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고 말했다.

태안=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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