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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격리 위반자 어떤 처벌 받았나…거짓·도주·고의성 있으면 징역 4개월 중형 선고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사람들이 벌금 300만원에서 징역 4개월 미만의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3일 기준 자가격리 위반 121건을 수사해 75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이 중 5명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5명의 판결을 분석해보니 생활형 이탈은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지만 고의성이 있거나 다중시설 이용자는 더 무거운 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뉴스1

법원. 뉴스1

위반하면 벌금 1000만원·징역 1년형  

17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염병 의심자를 적당한 장소에 일정기간 격리시켜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기존 최대 벌금 300만원을 선고할 수 있었던 감염병 예방법을 4월에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감염병 에방법이 개정되기 전인 4월 5일 이전에 자가격리를 위반했다면 최대 벌금 300만원까지만 처벌할 수 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A씨(30·남)가 대표적이다. A씨는 3월 1일 자가격리 대상으로 통지받고도 다음 날부터 6일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서초구·서대문구·강남구·영등포구를 돌아다녔다. 이동반경이 넓은 편이지만 재판부는 "법정 최고형이 300만원 이하인 점을 고려해 벌금 300만원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생계형 이탈'은 벌금 300만원 

법원이 형량은 자가격리 위반 횟수와 범행 동기에 따라 다르다. 법률사무소 일상의 박현길 변호사는 "형량을 정할 때 자가격리 위반 횟수·이동 장소·범행 동기·반성 여부가 순서대로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물론 확진 여부로 인한 피해 상황이 가장 중요하지만 아직 확진자 중 자가격리 이탈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사우나에 갔던 68세 남성. 연합뉴스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사우나에 갔던 68세 남성.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4월 3일부터 14일까지 총 11회에 걸쳐 격리장소를 이탈한 70대 남성 B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적용했다. B씨는 개정된 법 적용 대상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B씨가 귀국 후 혼자 지내며 방역 수칙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본적 생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13일 광주지방법원은 해외입국자 D씨(22·남) 선고 재판에서 "범행이 1회에 그치지 않은 점도 불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D씨는 징역 4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 4월 2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귀국한 D씨는 지난 4월 29일과 5월 6일 두차례 자가격리 규정을 어겼다. 그는 거주지인 전라남도를 벗어나 인천 중구와 서울 강남구를 돌아다녔다.

사우나 방문자는 징역4개월·집유1개월  

지난 4월 11일 C씨(68)는 코로나19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숙소를 두 차례 이탈했다. 미국에서 귀국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C씨는 이탈 횟수가 비교적 적지만 경찰조사에서 사우나에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 11차례 이탈한 B씨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재판부는 다중이용시설에 방문한 행위를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을 높였다고 보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C씨는 자가격리 숙소를 두 차례 이탈해 경찰에 첫 구속된 사례이기도 하다.

광주 북구청 '자가격리자 관리센터'의 공무원. 연합뉴스

광주 북구청 '자가격리자 관리센터'의 공무원. 연합뉴스

'답답하다'며 무단이탈은 징역 4개월 

지난 5월 의정부지방법원은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며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E씨(27·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E씨는 4월 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을 퇴원해 자가격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는 자가격리 해제 이틀 전인 4월 14일 경기 의정부 시내 집과 같은 달 16일 양주 시내 임시 보호시설을 무단이탈해 구속 기소됐다. 이탈 기간 E씨는 주로 중랑천변을 따라 이동하며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 먹고 벤치나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잔 것으로 조사됐다.

E씨가 받은 형량은 현재까지 나온 코로나19 자가격리 위반 처벌 사례 중 가장 무겁다. 다중시설을 이용한 데다 '답답하다'는 이유로 술을 마신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범행 기간이 길고, 주거지를 벗어나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했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 면에서도 단순히 답답하다는 이유로 무단이탈해 술을 마셨다"며 실형을 선고한 배경을 밝혔다.

자가격리 조치가 끝난 시민들. [사진 강남구]

자가격리 조치가 끝난 시민들. [사진 강남구]

박현길 변호사는 "'자가격리 위반을 한다고 걸리지 않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보건당국이 촘촘하게 관리해 잡아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방역 조치는 나와 이웃을 함께 지키는 일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법적으로도 형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자가격리 위반 시 고발 방침'을 유지할 계획이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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