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전 기자 구속..."강요미수 영장 발부는 이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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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요미수 의혹에 연루된 채널A 전직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발부됐다.

강요죄도 아닌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특히 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에서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다’고 언급했다. 전직 기자와 함께 의혹에 연루된 현직 검사장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채널A 기자 구속영장 발부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30분께까지 이모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했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심리를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수사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며 이 전 기자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라고도 했다. 통상 혐의의 중대성 및 주거 안정,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이 언급되는 영장 사유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표현이다.

1월 10일 한동훈 검사장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월 10일 한동훈 검사장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요미수 이례적 구속…한동훈 수사로 전개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강요죄로 구속된 피고인은 성범죄 관련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요죄보다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운 강요미수죄에 대한 통계는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다만 강요죄 구속자가 통계상 1명인 점에 비춰봤을 때 강요미수죄 구속 사례는 그보다 더 드물 것이라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이에 비춰 이 전 기자에 대해 적용된 강요미수 혐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점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해 수사를 방해했다’고도 언급했다.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의 대리인인 ‘제보자 X’ 지모씨를 만나면서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운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의 향후 수사가 한 검사장에게 직결되도록 명분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서울고등법원 제공=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서울고등법원 제공=연합뉴스]

‘언론 자유 침해·수사 균형’ 지적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이 전 기자의 취재 행태가 부적절했을지언정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언론 자유가 침해된 것”이라며 “그런데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게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이 영장 발부 사유에 언급된 점도 거론된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으나 소환 조사는 아직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도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법관이 영장 발부 사유로 언론과 검찰의 신뢰를 언급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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