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인감까지 위조” 옵티머스운용 사기행각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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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하나은행의 인감도장을 위조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의 가짜 양수도 계약서. [사진 조해진 의원실]

하나은행의 인감도장을 위조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의 가짜 양수도 계약서. [사진 조해진 의원실]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 과정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가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까지 만들어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 계약서엔 펀드 수탁회사인 하나은행의 도장이 찍혀있는데 이 역시 옵티머스운용이 만든 가짜로 확인됐다.

조해진 의원실 가짜 계약서 공개

16일 미래통합당 조해진 의원실이 확보한 하나은행과 한 공공기관 발주사업 하도급 업체(이하 도급사) 간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에 따르면 옵티머스운용은 이 계약서를 통해 NH투자증권을 안심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계약서는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펀드가 도급사가 보유한 공공기관 확정 매출채권을 담보 격으로 양수하면서 도급사에 펀드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도급사와 공공기관 이름은 지워져 있어 확인할 수 없다.

계약서는 총 4장이다. 각 쪽 하단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뜻하는 영문자 OPTIMUS와 하나은행을 뜻하는 영문자 HANA를 본 뜬 천공 도장이 찍혀있다. 계약서 제일 마지막에는 매출채권 양수도 당사자인 도급사와 하나은행, 펀드 운용사인 옵티머스운용 측 대표자 성명과 함께 법인 인감도장도 찍혀있다.

이 계약서는 위조 문서다. 확인 결과, 하나은행은 옵티머스운용 측과 이런 내용의 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고 계약서에 찍힌 인감도장과 천공도장 모두 모양이 실제와 다르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역시 펀드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고 난 뒤에야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조해진 의원은 “수사기관은 위조된 계약서에 당사자로 등장하는 수탁회사 하나은행과 이 계약서를 요구해 받아낸 NH투자증권 등이 정말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지 철저히 확인해봐야 한다”며 “업무규정 상 매달 수탁회사 함께 펀드의 증권 내역을 비교 점검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무관리회사 예탁결제원이 선관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없는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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