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묻자 "뭘 답해야 하죠"…국회 온 강기정의 '반문 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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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4시 5분 국회 본청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 앞.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고 나온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의 옆에는 김광진 정무비서관도 있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어떤 대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강 수석은 “주 원내대표가 공개 질의한 내용에 대해 의논 드렸다. 잘 답변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안 및 정부 정책과 관련된 10가지 공개질의를 했다. 이에 강 수석은 주 원내대표를 찾아 이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해 추후 답하겠다고 한 것이다.

기자들은 문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서 한 개원 연설을 두고 “현안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고 물었다. 그러자 강 수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강 수석은 “(문 대통령 연설 내용에) 부동산하고 공수처가 있었다”며 “두 개가 최대 현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현안을…뭘 얘기하죠”라고 반문했다.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패턴은 비슷했다. 기자들이 물으면 강 수석이 되묻는 식이었다.

10일 오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10일 오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통합당이 문 대통령에게 10개 질문을 던졌는데.
“그건 현안이라기보다 오래 쌓여있는 것이고요. 구체적으로 현안이면 서울시 문제는 우리가 답할 문제는 아니잖아요. 또 뭘 얘기하죠?”
서울시 문제는 청와대가 답할 문제 아니라는 건가. (※통합당에선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이 사전에 누설됐다는 의혹을 제기 중이다.)
“그래요. 우리가 뭘 답해야 하죠. 뭘 묻는 거죠. 서울시 문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의혹에 대해 서울시로 파견 간 경찰에 피소 사실이 샜을 수도.
“수사 상황을 전달받고 흘렸을 것이다?”

강 수석은 “수사 상황을 전달받고 흘렸을 거라는 말인데, 그런 건 전혀 없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이미 말했다”고 했다.

이어 “박지원 전 의원의 국가정보원장 직 지명이 잘못됐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하자 강 수석은 웃으며 “그건 청문회에서 해 주셔야죠”라는 말과 함께 국회 본청을 나갔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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