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코로나19 피해, 소득·자산따라 선별지원이 더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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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최하위층(소득 하위 20%)이 최상위층(상위 20%)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10배 이상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정부가 소득·자산에 따라 선별 지원하는 게 더 효과가 더 컸다.

코로나19 피해 저소득층이 10배↑ 취약 

KDI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 한국개발연구원(KDI)

KDI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 한국개발연구원(KDI)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 따르면 모든 가구가 코로나19로 10% 또는 20% 소득이 준다고 가정했을 때 유동성 위험을 겪는 가구는 각각 0.6%포인트, 1.6%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유동성 위험이란 3개월간 가계 적자가 쌓여 원래 가지고 있는 자산보다 커질 때를 말한다. 가계 적자는 소득보다 생계비 등 필수 지출과 부채 비용이 더 클 때 발생한다. 소득이 줄면서 생긴 적자가 원래 가진 재산으로도 갚을 수 없을 때를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소득이 준다면 이런 한계 상황을 겪는 가구가 늘 수밖에 없다. 피해는 원래부터 소득이 낮았던 계층에게 집중됐다. 코로나19로 똑같이 벌이가 20% 줄었을 때 최하위층에서 유동성 위험을 겪는 가구 비중이 4%포인트(소득 10% 감소 시 1.5%포인트 상승) 늘었다. 반면 소득 최상위층 중 유동성 위험 가구 비율은 0.3%포인트(소득 10% 감소 시 0.1%포인트 상승)만 늘었다. 소득 하락 영향이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소득 하락에 대비할 축적한 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소득이 20% 줄었을 때 유동성 위험은 임시 일용직은 2.1%포인트 늘어나지만, 상용근로자·자영업자는 0.9%포인트만 늘었다. 다만 자영업자는 소득 감소가 더 크다고 가정하면 위험 가구는 많아질 수 있다.

"선별지원이 더 효과 있어"

소득 계층별 선별지원 효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소득 계층별 선별지원 효과. 한국개발연구원(KDI)

피해의 영향이 다른 만큼 지원 방식에 따른 효과도 차이가 났다. 소득 20% 줄었을 때 정부가 가구당 모두 100만원을 지원하면 유동성 위험 가구 비율은 4.7→2.7%로 2%포인트 감소했다. 300만원을 주면 3.2%포인트 줄었다.

소득 지원과 신용 지원을 선별해서 하면 효과가 더 컸다. 자산이 원래 없는 저소득층에는 직접 현금을 주고 자산이 있는 고소득층은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게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유동성 위험 가구는 4.7→1%로 3.7%포인트 감소했다.

선별 지원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소득 계층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득이 비율로는 똑같이 준다고 해도 액수로 보면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더 많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현금 지원은 고소득층에게는 자신의 줄어든 소득액에 비하면 턱없이 적을 수 있다. 차라리 원래 가진 자산을 담보로 필요한 만큼 돈을 빌리는 게 지원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저소득층은 적은 액수의 현금지원만으로도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또 이런 선별 지원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여주는데도 효과가 있다. KDI는 “소득이 20% 하락할 때 발생하는 유동성 위험 가구 중에서 정부 직접 지원이 필요한 취약가구는 3분의 1”이라며 “직접 지원과 신용 지원을 선별해서 하면 재정 절감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돈을 빌려주는 방식의 지원은 가계 채무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KDI는 “중·장기적으로 소득 증가 또는 자산 구조조정 통해 부채는 축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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