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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中 갖고 논다? 폼페이오가 쏘아올린 '곰돌이 푸 게이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격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사진 한장이 미·중 네티즌에게 주목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한장에 네티즌이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곰돌이 푸 게이트'다.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개인 트위터에 올린 사진. 강아지와 곰돌이 푸 인형이 각각 미국과 중국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돼 네티즌의 눈길을 끌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캡처]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개인 트위터에 올린 사진. 강아지와 곰돌이 푸 인형이 각각 미국과 중국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돼 네티즌의 눈길을 끌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캡처]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개인 트위터 계정에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사진 한장을 올렸다. 강아지 발밑에는 곰돌이 푸 인형 등도 놓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 집 강아지 '머서'가 좋아하는 장난감들"이라고도 적었다.

네티즌이 주목한 건 곰돌이 푸 인형이다. 중국에서 푸는 민감한 단어다. 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희화할 때 사용되기 때문이다. 푸와 시 주석의 외모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당국의 온라인 검열을 피하기 위해 푸를 시 주석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웨이보에서 '푸'를 검색하면 중국 정부가 승인한 계정의 글만 보일 정도다.

폼페이오 장관의 사진에서는 푸가 강아지와 함께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BBC는 중국에서 미국 또는 폼페이오 장관을 '개(犬)'로 표현한다며 폼페이오 장관이 해당 사진을 올린 의도가 무엇인지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의도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강아지와 푸에 빗대어 표현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9년 10월 홍콩에서 열린 보안법 반대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 사진을 합성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곰돌이 푸는 시 주석을 희화화할 때 주로 사용된다. [AP=연합뉴스]

2019년 10월 홍콩에서 열린 보안법 반대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 사진을 합성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곰돌이 푸는 시 주석을 희화화할 때 주로 사용된다. [AP=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중국에서 폼페이오의 평가는 좋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와 홍콩 보안법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끊임없이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BBC는 중국인들이 폼페이오 장관을 '악' 또는 '거짓의 왕'으로 부르며 그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폼페이오 장관의 게시글에는 시 주석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일부 반중 성향의 중국 네티즌은 폼페이오 장관이 시 주석을 비꼬기 위해 이 같은 사진을 올렸다고 추측하며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들을 대신해 시 주석을 비판해 줬다고 본 것이다. BBC는 폼페이오 장관의 사진에 시 주석을 조롱하는 댓글이 수천 개 넘게 달렸다고 전했다.

미국 네티즌은 더 노골적으로 시 주석을 조롱했다. 시 주석과 푸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올리고, "미국이 중국을 갖고 놀고 있다"는 댓글도 달았다.

물론 중국 네티즌 가운데는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모욕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폼페이오 장관의 사진을 '곰돌이 푸 게이트'라고까지 불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FP=연합]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FP=연합]

파장이 커지자 결국 폼페이오 장관이 입을 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아이오와 주 보수 성향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장비 퇴출을 놓고 또다시 맞붙고 있다. 영국이 최근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발표한 데 미국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다.

그동안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촉구해왔다. 미국은 영국의 결정에 환영을 뜻을 밝히는 동시에 인권 위반을 이유로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 인사들의 비자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 기업이 소유한 앱 ‘틱톡’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중국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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