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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에 폭발물"…'어른 목소리' 장난전화 건 고교생 실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일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허위 신고를 한 고교생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 남학생은 112와 119에 목소리를 바꿔 가며 상습적으로 허위 신고를 했고,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 등이 담긴 유심칩이 없는 전화기를 이용해 수사망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장이 "공권력 낭비가 심했다"며 실형을 선고하자 이 학생은 법정에서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웠다.

공무집행방해 장기 징역 2년 선고 #'어른 목소리'로 112·119 허위신고 #실형 선고되자 소리 지르며 난동 #재판부, "공권력 낭비 심해" 지적

 전주지법 형사5단독(부장 김영희)은 15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군(16)에게 징역 장기 2년에 단기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조기에 출소할 수 있다.

 실형이 선고되자 A군은 피고인석 책상을 발로 차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교도관 3명이 A군을 붙들고 법정을 빠져나간 뒤에야 소란은 멈췄다.

 A군은 지난 3월 30일 오후 6시12분쯤 "전주 한옥마을 한 상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112와 119에 허위 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이 "설치 장소가 구체적으로 어디냐"고 묻자 A군은 "직접 알아보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A군은 신고 당시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흉내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물 신고에 당시 경찰특공대와 육군 폭발물처리반(EOD) 등 70여 명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돼 한옥마을 일대를 통제하고 주변 상가와 일대를 수색했다. 관광객과 주민들을 대피시킨 채 3시간가량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A군은 7시간 뒤 성매매 집결지인 전주 선미촌 인근에서 "미성년자가 성매매를 하고 있다"며 또 허위 신고를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모두 5차례에 걸쳐 112와 119에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유심칩을 제거한 휴대전화를 사용해 경찰 수사에 혼선을 줬다. 유심칩이 없는 휴대전화로는 일반 통화는 불가능하지만, 긴급 신고 전화는 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또 신고할 때마다 목소리를 성인 남성 등으로 바꿔 가며 수사망을 피했다.

 A군은 범행 11일 만에 전주의 한 쇼핑몰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범행 동기를 묻는 말에 A군은 별다른 이유를 대지 않고 "그냥 그랬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휴대전화 공기계로도 긴급 신고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112와 119에 목소리를 바꿔 가며 5차례나 허위 신고를 했다"며 "공권력 낭비가 심했고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적시에 도움을 받지 못할 위험을 초래해 그 죄책이 중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해·강도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데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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