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의혹’ 시민 판단 자리서 대검·지검 갈등 재현될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왼쪽 건물)과 서울중앙지검 건물. [뉴스1]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왼쪽 건물)과 서울중앙지검 건물. [뉴스1]

시민의 시각으로 채널A 강요미수 의혹을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갈등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애초 대검 실무진과 수사팀은 채널A 의혹을 두고 이견으로 대립한 바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로 인해 수사팀은 독자적인 수사가 가능해졌지만, 사회 각계 시민의 눈앞에서 판단을 받게 됐다.

수사심의위 개최…각자 주장으로 맞서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24일 오후 2시부터 비공개로 심의를 진행한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학계·언론계·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계 시민들로 구성되고, 주요 사건의 수사 과정 등을 살핀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와 ‘협박’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피의자인 이모 전 채널A 기자 측은 수사심의위에서 의견서 및 구두 진술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심의위원들에게 설득한다.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본인 및 변호인이 위원들 질의에 직접 설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 등의 강요미수 혐의가 인정되고,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전 기자는 협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한 검사장은 ‘협박이 아닌 공작’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채널A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채널A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대척점 섰던 대검과 수사팀…다시 맞붙나

수사심의위는 검찰과 사건관계인 등의 의견을 들은 뒤 논의를 거쳐 일치된 결론을 도출한다. 심의위원들은 그간의 수사 과정 및 적정성·적법성 여부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확인한다.

이에 따라 앞서 대검과 수사팀 사이에서 의견 대립으로 곪아왔던 갈등이 다시 터질 가능성이 나온다. 심의위원들이 수사 과정을 살펴보면서 양측의 의견이 어떻게 달랐는지 확인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검과 수사팀은 채널A 의혹과 관련해 강요미수 혐의 성립 여부 및 구속영장 청구 등을 놓고 맞선 바 있다. 수사팀은 대검에 상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결과만을 보고하는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공개 건의도 했다. 대검은 “범죄 성부(成否)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 한다”며 즉각 거부했다.

검찰 내부망에서도 대립각이 세워졌다. 수사팀 정진웅 부장검사는 “주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프로스’에 글을 올렸다. 이에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부장검사)은 “사안 설명 요청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 진행 중에 수사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6월26일 수사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6월26일 수사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수사팀 의견차 대한 시민 판단은

대검과 수사팀 사이 갈등 상황은 추 장관이 지휘권 발동으로 인해 잠시 중단됐지만, 수사심의위에서 다시 재현될 수 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심의위원들이 수사 과정을 살펴보며 대검과 수사팀의 의견차도 함께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강요미수 혐의 성립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하게 제기된다. 검찰 내부적으로도 혐의 성립 여부에 대해 치열한 의견 대립이 불거진 만큼 수사심의위에서 이 부분이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는 강요미수 혐의 성립 여부에 대한 의견이 많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것”이라며 “대검과 수사팀 양측의 의견 중 더 합리적인 주장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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