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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문 연 대전 '예술의 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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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3일 KBS 교향악단(지휘 드미트리 키타옌코)이 1년 만에 대전 나들이를 했다. 공연 장소는 이틀 전에 개관한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 예전 같으면 대전시향과 마찬가지로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1천6백석)에서 연주했다.

대전 둔산대공원에 자리잡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대전시향.시립합창단.시립무용단.청소년합창단이 상주하면서 문화도시 대전의 꿈을 키워가는 보금자리다.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제3번'으로 막을 올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 5번'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이날 공연은 지난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협연자 콩쿠르에서 우승한 대전 출신의 신예 플루티스트 최나경(커티스 음대 재학)이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제 1번'을 유려하고도 풍부한 음색으로 들려줘 더욱 뜻깊은 무대였다.

대전시 서구 만년동 둔산대공원에 문을 연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은 아트홀(1천5백52석), 앙상블홀(6백55석),컨벤션홀(90석), 야외 원형무대 등을 갖추고 있다. 공사비는 국비 1백75억원, 시비 7백86억원, 문예진흥기금 5억원 등 모두 9백66억원이 투입됐으며 1996년 착공 이후 7년여 만에 준공됐다. 그동안 마땅한 주무대가 없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려야 했던 대전시향.대전시립합창단.대전시립무용단 등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인근 대전 시립미술관.평송청소년수련원과 함께 대규모 문화단지를 형성하고 있고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식당가 밀집지역과 연결돼 있다.

쾌적한 환경과 조경을 갖추고 있어 벌써부터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향수병 뚜껑을 연상케 하는 대형 건물지붕 덕분에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은 '대전의 문화적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무대 좌우에 붙박이로 설치한 자막과 대형 스피커, 넓은 객석 간격(1백cm. 세종문화회관은 1백10cm,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95cm), 널찍한 로비와 야외광장도 자랑거리다.

아트홀은 무대 폭(17.5m)에 맞게 객석 앞부분을 줄이다보니 1층 앞쪽 좌우 끝부분에선 무대의 4분의1이 보이지 않는 시야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앙상블홀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의 설계도를 모델로 삼은 듯 무대 상부의 오른쪽 날개를 생략해 3막 이상의 오페라.연극의 상연은 어렵다. 또 1층 발코니석의 대부분이 시야 장애석이다.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개관기념 공연은 대전오페라단의 '리골레토'(9~12일), 국립발레단의 '고집쟁이 딸'(17~18일), 대전시향과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협연무대(29일), 러시아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 오페라 '라보엠'(11월 13~15일), 음악극 '실크로드'(11월 20~22일)로 이어진다. 또 이번 개관 기념공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 4월 본격 개관할 예정이다.

대전=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아쉬운 음향 설계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외관에 비해 객석구조나 음향시설은 다목적홀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아트홀의 경우 객석의 길이(31.5m)가 좌우 너비(34m)보다 짧다.

1층 객석의 경사를 감안해도 길이와 폭이 비슷한 규모다(대구 오페라하우스는 길이 34m, 너비 25m). 객석의 좌우 폭이 넓다 보니 무대에서 오는 직접음과 좌우 벽면을 거쳐오는 1차 반사음의 시차(時差) 때문에 메아리 현상이 발생, 소리의 선명도가 떨어진다. 잔향시간이 짧고 직접음의 음압(音壓)이 낮을수록 메아리 현상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3일 KBS교향악단의 공연에서 보듯 첼로.더블베이스 등 저음 악기가 빈약하게 들리고 현악기의 풍부한 울림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이미 기형적으로 설계된 객석 구조를 수정하는 것은 다음 개.보수로 미루더라도 정사각형 구조의 음향 반사판은 뒤로 갈수록 폭을 좁히고 높이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일 소프라노 조수미 독창회가 끝난 후 대전시향 단원들은 악기군 간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튜닝 콘서트'도 거치지 않은 채 성급하게 개관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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