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과학] 주머니 난로

중앙일보

입력

쌀쌀한 겨울. 주머니 난로는 경겹다. 매캐한 냄새도 없고 크지도 않으면서 시린 손을 따뜻하게 해줘 요즘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웬만하면 한 두개씩 가지고 있을 정도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은 분말형과 액체형 등 두가지. 이들은 외부에서 불씨나 연료를 공급받지 않으면서도 열을 낸다. 원리는 간단한 화학반응에 있다.

분말형과 액체형은 사용하는 화학물질과 열을 내는 원리가 전혀 다르다.

분말형은 순도가 높은 쇳가루와 소금.활성탄을 섞어 만든다. 쇳가루가 산소와 결합해 벌겋게 녹슬 때 열이 나는 원리를 이용한다.

평상시 철이 녹쓸 때 열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녹스는 과정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

그러나 손난로의 경우 열을 한꺼번에 많이 내도록 쇳가루의 녹스는 속도를 아주 빠르게 했다. 녹스는 속도를 촉진하는 역할은 소금과 활성탄이 맡고 있다.

최고 68℃까지 뜨거워진다. 분말형은 비닐봉지를 벗긴 뒤에야 공기 속의 산소가 들어가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한번 산화된 철은 다시 쓸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액체형은 초산나트륨을 사용하는 데 평소에는 맑은 액체 상태로 작은 금속 단추와 함께 비닐봉지에 담겨있다. 봉지를 만져 코에 대보면 식초 냄새가 난다.

그런데 이 초산나트륨 봉지 속의 금속단추를 '똑딱' 거리면 액체가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열을 낸다.

이는 초산나트륨이 자극을 받으면 분자 속에 품고 있는 열(화학에서는 잠열이라 부른다)을 내뿜고 결정을 이루는 성질 때문이다.

열을 다 방출하고 나면 하얀 소금처럼 굳어진다. 최고 65℃까지 올라간다.

이를 다시 뜨거운 물속에 넣고 끓이면 맑은 액체로 돌아간다. 초산나트륨의 분자는 65℃보다 뜨거운 물로부터 열을 얻지만 열이 분자 속에 숨어 들어가 액체상태에서는 외부에서 열을 느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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