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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폭행 두달만에 전략공천···옵티머스 이혁진 '수상한 행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혁진 전 대표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이혁진 전 대표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5000억원대 사모펀드 사기 사건을 벌인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가 과거 폭행, 강간치상 등 각종 강력 범죄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2월 배우자를 폭행해 벌금형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그해 4월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전략 공천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또 2018년 3월 출국하기 전 30세 여성의 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지만 출국 금지 조치 등이 없어 해외로 도피할 수 있었다. 법조계와 야당에서는 "이 전 대표와 관련해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상해 4건, 강간치상,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13일 미래통합당 윤창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전 대표의 재판 기록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상해 4건, 강간치상,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 흉기 등 상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강간치상 혐의는 1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판결을 받았다. 2심에서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났고,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상해 혐의 4건과 관련해서는 모두 벌금형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2012년 총선 당시 벌어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역시 벌금형이 확정됐다. 폭처법 위반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배우자 폭행 유죄인데, 두 달만에 전략공천 받아 

이 중 눈에 띄는 재판 기록은 2012년 2월 벌금 500만원으로 형이 확정된 배우자 폭행 사건이다. 당시 4·11 총선 두 달 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이 전 대표는 민주당 후보로 전략공천 돼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다. 이 전 대표와 한양대 동기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이었다. 선거 결과는 낙선이었다. 이 전 대표는 같은 해 12월 대통령선거(18대) 때는 문재인 후보의 금융정책 특보를 맡기도 했다.

당시 1심 판결문에 적시된 범죄사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재혼한 배우자 A씨에 대해 평소 의처증 증세로 피해자를 수시로 폭행해 피해자가 이혼을 요구했다. 이러한 이유에 격분한 이 전 대표는 2009년 7월 A씨에게 큰 가위를 들고 와서 목에 들이대고 "죽여버리겠다. 어제 왜 경찰에 신고했냐"라고 위협하며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A씨는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

이 전 대표 측은 2심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믿을 수 없고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해진단서 등을 근거로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옵티머스 이혁진 전 대표와의 사진을 보여 주며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옵티머스 이혁진 전 대표와의 사진을 보여 주며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신시키겠다" 강간치상 혐의로 재판 중에 출국한 이혁진

이 전 대표는 2018년 3월 출국 시기 전후 30세 여성에 대한 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동시에 이 전 대표는 옵티머스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도 받고 있었다.

1심 판결문 범죄사실에 적시된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016년 5월 본인의 주거지로 피해자 B씨를 데리고 가서 함께 술을 마셨다. 이 전 대표는 피해자를 안방으로 끌고 가서 입맞춤하고 옷을 벗기려고 하다가 피해자가 저항하자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얼굴을 때렸다. 집에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피해자에게 이 전 대표는 "눈깔을 파버린다. 내가 임신시켜서 너 그 XX(피해자의 남자친구)랑 결혼하지 못하게 한다"라고 말하는 등 피해자를 협박했다. 피해자의 저항에 강간은 실패했지만 피해자는 어깨 부위의 좌상과 우울 장애 등의 상해를 입었다.

당시 이 전 대표 측은 "피해자와 합의로 폭언이나 유형력을 동반한 성관계를 가지려다가 그만둔 것일 뿐"이라며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강간하려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7년 7월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에 대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그해 9월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집행 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데다 성폭력 범죄 전력이 없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이 전 대표를 풀어줬다.

성범죄 전문 채다은 변호사는 "통상 성범죄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가 되면 집행유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강간치상 범죄에 대한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당시 이 전 대표에 대해 출금 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2심 판결 이후인 2018년 3월 출국했다. 대법원은 그해 6월 이 전 대표의 상고를 기각해 2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출석이 없어도 판결할 수 있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 [뉴스1]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 [뉴스1]

윤창현 의원은 "이 전 대표는 각종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민주당 전략공천도 받고 재판이 끝나지도 않은 채 해외로 출국도 할 수 있었다"며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입히면서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흐르게 만든 옵티머스 사태의 주요 인물인 이 전 대표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청와대도 이런 의혹 제기에 소상히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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