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투자자는 왜 비싼 펀드 수수료에 둔감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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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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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금융상품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TDF(타깃데이트펀드)가 아닌가 싶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해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기 때문에 노후준비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품은 큰 약점이 있다. 비싼 수수료다. TDF는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투자 펀드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이중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2040년을 은퇴시점으로 하는 TDF2040에 1000만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수수료가 1.27%라면 매년 12만7000원을 뗀다. 그런데 수수료는 복리가 적용된다. 이 TDF가 연 5% 수익을 낸다고 하면 2040년까지 20년간 세후로 2653만원이 된다. 이에 대한 수수료는 570만원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매년 1000만원씩 적립식으로 불입할 때다. 20년간 2억원을 넣게 되고 수수료는 5620만원이나 된다.

그러나 투자자는 이렇게 높은 수수료 부담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돈 소비에는 ‘상대성’이 작용한다. 결혼준비를 예로 들어 보자. 집 장만이 가장 비중이 크다. 집을 구입하느라 이미 큰돈을 쓰고 난 다음엔 혼수가 상대적으로 싸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아낄 필요 있나’ 하며 재정 형편 이상으로 돈을 쓰게 된다.

돈 소비의 상대성은 펀드 투자에서도 나타난다. 수수료가 투자금액에 비해 미미할 정도로 작다 보니 별것 아니게 느껴진다. 그러나 수수료는 수익이 나건 손실을 보건 인정사정없이 떼기 때문에 장기간 쌓이면 결코 무시 못 할 액수가 된다.

물론 무조건 수수료가 싼 펀드를 사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돈의 상대성 때문에 수수료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불필요한 매매를 자주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수수료 등 비용을 고려한 실질 수익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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