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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교육·보건·환경’ 장관 3번, 한국예방의학 개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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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991년 환경처장관 당시 권이혁. [중앙포토]

1991년 환경처장관 당시 권이혁. [중앙포토]

한국예방의학 개척자, 보건학을 정립한 태두로 평가받는 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가 1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97세.

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의대 1회, 병원장·총장 역임 #문교부장관 땐 논술고사 첫 도입

경기도 김포 출신인 권 명예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 1회 졸업생(1947년)이다. 졸업 후 서울대 수의과대학 전임강사, 서울대 의과대학 조교수로 강단에 섰다. 예방의학과 전염병관리 분야를 후학들에게 가르쳤다. “예방의학은 삶의 질과 직결해 있다”고 강조해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설립을 주도했다. 1970년 서울대 의과대학장을 거쳐 79년 서울대병원장을 지냈다. 또 이듬해인 80년부터 3년간 제15대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다. 3300여명의 의료 후학을 양성했다.

총장 마지막 해 임기를 남겨두고 행정가로 변신했다. 1983년 10월 문교부 장관에 임명됐다. 대학입시에 논술고사를 도입해 주입식 교육을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8년에는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또다시 입각, 부정식품 퇴치에 힘썼다. 1991년에는 환경처 장관에 임명됐다. 임기 동안 악성 산업폐수 개선,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 정착 등 성과를 냈다.

1990년에는 남북 민간과학기술교류협의회를 창립해 남북 과학기술 교류의 물꼬를 텄다.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로도 활동하며 개발도상국의 결핵 퇴치 지원에 앞장섰다. 별세 전에는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평화운동에도 힘써왔다.

교육·보건·환경·통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많은 상을 받았다. 1988년 보건·의학계열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특별공로상(1996년)과 제3회 서재필의학상(2006년), 지난해 대한의학회 의학공헌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대 의대 신찬수 학장, 안윤옥 서울대 명예교수 등은 “대한민국 의학교육체제를 수립해 국민의 건강 향상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분” “항상 새로운 비전과 새 길을 만드신 보건의학계의 거목”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권윤택(의사·미국 거주)·송택(한양대 음대 교수)씨 등 1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 오전 10시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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