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지난 10일 타계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다부동 전투 당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외친 이 말은 중앙일보가 2011년 총 3권으로 펴낸 회고록의 제목이기도 하다. 회고록은 2010년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그해 1월 4일부터 1년 2개월간 중앙일보에 거의 매일 한 면씩 연재된 '남기고 싶은 이야기-내가 겪은 6·25와 대한민국'을 엮은 것이다.
6·25 전쟁 60주년 맞아 매일 한면씩 연재 #당시 고인 "난중일기 쓰는 심정으로 연재" #2013년 본지 후원 '백선엽 한미동맹상' 제정
연재를 시작할 무렵 백 장군은 중앙일보를 방문해 "난중일기를 쓰는 심정으로 회고록을 연재하고 있다. 역사를 바로 알고 존중하는 것은 국격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개전 초기부터 휴전 협정 완료 때까지 주요 전투를 지휘했던 백 장군은 지휘관으로서 당시 생각과 느낌, 판단 등을 회고록에 자세히 담았다. 그런 차원에서 백 장군의 회고록은 전쟁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2013년에는 국방부가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백선엽 한·미동맹상'도 제정됐다. 그해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 상은 매년 동맹 발전에 공이 큰 미국인 1명을 선정해 수여한다.
그간 월턴 워커 대장(1회), 제임스 밴 플리트 대장(3회), 마크 클라크 대장(6회) 등 주로 작고한 6·25전쟁의 명장들이 상을 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7회 수상자는 1990년대 중후반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존 틸럴리 예비역 대장(78)이었다.
수상자에겐 국방부 장관의 감사장, 한·미동맹상 메달과 함께 3만 달러의 부상이 주어진다. 고인의 경우 유가족이 대신 받는다.
생전 백선엽 장군을 깍듯하게 예우했던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2018년 백수(白壽) 축하연 사진도 중앙일보에 게재됐던 사진이다. 사진에는 해리스 대사가 백 장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는 장면이 담겼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