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적…트럼프 3개 폭탄 다 이곳서 터뜨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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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는 출간 예정인 회고록에서 "삼촌이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인 와튼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친구가 대입수능(SAT) 대리시험을 보게 했다"라고 폭로했다.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는 출간 예정인 회고록에서 "삼촌이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인 와튼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친구가 대입수능(SAT) 대리시험을 보게 했다"라고 폭로했다. [트위터]


“멜라니아, 트럼프 외도 의혹 이용해 재산분할계약 재조정했다” (『그녀의 협상기술: 멜라니아 트럼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그녀의 협상기술)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미국 농산물 구매를 늘려 재선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

“(트럼프는) 와튼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친구에게 대리 시험을 치르게 했다” (『이미 과하지만 만족을 모르는: 어떻게 우리 가족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간을 만들었나』)

최근 트럼프 겨냥한 서적 3권 잇달아 출간 #출판사 '빅5' 중 하나 '사이먼 앤드 슈스터' #트럼프 측과 법정 공방, 모두 출간 성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달아 나오는 폭로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출간 금지 소송 등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책을 쏟아내는 출판사 ‘사이먼 앤드 슈스터(Simon & Schuster)’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론과 인종차별 시위로 리더십에 흠이 간 상황에서 치부를 폭로하는 책이 나오면서 11월 재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아내·외교정책·개인사까지… 끊임없이 나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책 중 서막을 올린 것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출간된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이야기를 다룬 『그녀의 협상기술: 멜라니아 트럼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메어리 조던이 멜라니아의 주변인 100여 명을 취재해 엮은 책이다. 여기서 조던은 멜라니아를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협상가로 묘사하며 화제가 됐다.

6월 16일 출간된 멜라니아 트럼프 전기. 워싱턴포스트 기자인 메어리 조던이 멜라니아와 연관된 100여 명을 취재해 쓴 책이다. [아마존]

6월 16일 출간된 멜라니아 트럼프 전기. 워싱턴포스트 기자인 메어리 조던이 멜라니아와 연관된 100여 명을 취재해 쓴 책이다. [아마존]

이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3일 『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을 내놨다. 이 책은 볼턴이 2018년 4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회고록 형식으로 쓴 책이다.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외교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워싱턴 정가에 대형 폭탄이 됐다.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AP=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AP=연합뉴스]

오는 1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인 메리 트럼프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 폭로하는 『이미 과하지만 만족을 모르는: 어떻게 우리 가족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간을 만들었나』를 출간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볼턴의 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치부를 드러낸다면 이 책은 개인적인 결함을 담고 있어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벌써 트럼프 대통령의 대학 대리시험 의혹 등이 일부 폭로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트럼프 vs 사이먼 앤 슈스터, 출판 둘러싼 법정 공방

트럼프 대통령이 가만히 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초 3월 출간 예정이었던 볼턴의 회고록은 백악관이 원고를 검토하며 두 차례나 출간이 연기됐다. 이후에는 미 법무부가 회고록 출간 금지 명령을 법원에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볼턴은 출간 금지 소송이 걸리자 회고록 전체를 미 주요 언론에 공개했다. 이어 온라인에는 불법 PDF도 퍼졌다. 볼턴이 출판사로부터 선 인세로 200만 달러(약 24억원)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사전 공개에 출판사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이먼 앤드 슈스터 대표 이미지. [페이스북 캡처]

사이먼 앤드 슈스터 대표 이미지. [페이스북 캡처]

법원은 이미 회고록이 국가 기밀을 누설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출간 금지 명령을 내리진 않았다. 이미 온라인에 회고록이 다수 퍼져 있는 것과 20만 부 이상의 책이 판매 배송에 들어갔다는 사이먼 앤드 슈스터의 주장을 고려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트럼프는 법원에 메리가 2001년 트럼프 가족 간 ‘비공개 합의’를 위반했다며 메리의 책 출간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1심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곧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출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출판사는 2001년 비공개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며 합의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사이먼 앤드 슈스터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출판사, ”선거철 앞두고 정보 제공하는 것뿐”

사이먼 앤드 슈스터의 최고경영자인 조나단 카프 지난 6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파적인 입장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단지 우리는 2020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 우리는 그런 이유에서 트럼프와 관련한 책을 많이 출간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책을 내는 것이 반(反)트럼프 정서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선거를 앞두고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책을 먼저 출판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NYT는 카프가 시장에 통할 만한 정치 서적을 분별하는 뛰어난 안목을 지녔으며, 이를 어떻게 마케팅할지를 아는 편집자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메리의 책이 항소심에서 출간을 허락받자 그는 즉시 성명을 내고 “(책에 대한) 높은 수요와 비상한 관심” 때문에 출간 날짜를 예정보다 2주 앞당긴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메리의 책은 현재 출간 전임에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볼턴 회고록은 5위에 올라가 있으며 PDF가 온라인을 통해 퍼졌음에도 출간 첫 주 만에 78만부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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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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