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불편? 편견 깨는 두 권의 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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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호 20면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
마리아 바스타로스,
나초 M. 세가라 지음
크리스티나 다우라 그림
김유경 옮김
롤러코스터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박영진 지음
위고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 책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여성 사전’이다. 페미니즘이 불편한 주제라는 편견을 깨주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는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인상적인 발자취를 남긴 여성들을 나열했다. 그동안 위인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1세기 중국의 여성 사학자 반소(班昭)부터 2018년 브라질 인권 운동가 마리엘 프랑코까지. ‘일본군 위안부’로 한국 여성도 언급됐다. 지루한 사전처럼 느껴진다면 일단 책장을 한 번 펼쳐보자. 신세대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티나 다우라가 그린 화려한 원색의 역동적인 그림이 있어서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페미니즘 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재미있는 그림책이라고 접근하면 쉽게 읽을 수 있다.

『여자는 존재하는 않는다』는 정신분석을 강의하고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임상을 하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다. 그의 이력만큼이나 조금 어려운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정신의학자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을 통해 페미니즘과 세트로 따라오는 단어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어사전에 여성성은 ‘여성이 지니는 고유한 성질’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뜻이 과연 여성성의 본질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그래서 26개의 팩션(사실에 바탕을 두고 작가가 상상력을 더한 글)을 통해 여성성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팩션에는 조현병 아들을 가진 여성, 성형 중독인 여성 등 독특한 상황에 처한 여성이 등장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책장을 펼치는 것을 두려워할까 봐 서문에 이해하기 쉬운 팩션 7개를 꼽아주고 있다. 저자의 친절함에 끌려 그중의 한 팩션부터 읽어보는 건 어떨까.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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