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
마리아 바스타로스,
나초 M. 세가라 지음
크리스티나 다우라 그림
김유경 옮김
롤러코스터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박영진 지음
위고
두 책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여성 사전’이다. 페미니즘이 불편한 주제라는 편견을 깨주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는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인상적인 발자취를 남긴 여성들을 나열했다. 그동안 위인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1세기 중국의 여성 사학자 반소(班昭)부터 2018년 브라질 인권 운동가 마리엘 프랑코까지. ‘일본군 위안부’로 한국 여성도 언급됐다. 지루한 사전처럼 느껴진다면 일단 책장을 한 번 펼쳐보자. 신세대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티나 다우라가 그린 화려한 원색의 역동적인 그림이 있어서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페미니즘 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재미있는 그림책이라고 접근하면 쉽게 읽을 수 있다.
『여자는 존재하는 않는다』는 정신분석을 강의하고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임상을 하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다. 그의 이력만큼이나 조금 어려운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정신의학자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을 통해 페미니즘과 세트로 따라오는 단어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어사전에 여성성은 ‘여성이 지니는 고유한 성질’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뜻이 과연 여성성의 본질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그래서 26개의 팩션(사실에 바탕을 두고 작가가 상상력을 더한 글)을 통해 여성성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팩션에는 조현병 아들을 가진 여성, 성형 중독인 여성 등 독특한 상황에 처한 여성이 등장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책장을 펼치는 것을 두려워할까 봐 서문에 이해하기 쉬운 팩션 7개를 꼽아주고 있다. 저자의 친절함에 끌려 그중의 한 팩션부터 읽어보는 건 어떨까.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