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 시장 성추행 피고소 사건 종결…여성단체, 진실 밝힐 방법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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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변사사건으로 분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일반적으로 변사사건은 사망한 사람의 동선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해 타살 혐의점이 없으면 수사를 종결한다. 경찰수사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박 시장의 사인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있는 박 시장의 시신은 경찰 조사가 끝나면 유족에게 공식 인도된다.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가구박물관에 마련된 지휘본부에서 119 구급차 2대가 긴급히 빠져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가구박물관에 마련된 지휘본부에서 119 구급차 2대가 긴급히 빠져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은 박 시장의 성추행 피고소 사건은 사실상 수사 종결 절차를 밟고 있다. 고소사건이지만 피고소인인 박 시장이 사망해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수사기관은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다.

경찰의 수사 종결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법조계는 피의자가 사망하면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찬성 고려대 인권센터 변호사는 "수사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피의자가 사망하면 사실상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 역시 "처벌이 불가능한 수사는 성립이 되지 않는다"며 "사망한 피의자는 자신을 방어할 수 없어 수사를 계속하는 건 기본권 침해다"고 했다.

여성단체 등에서는 "법적으로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또 다른 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박 시장은 '서울대 우 조교 사건' 등 역사적인 성희롱 관련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라며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죽음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인의 명예도 있지만 살아있는 피해자의 명예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이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인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공개한 유언장 [사진 공동취재단]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이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인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공개한 유언장 [사진 공동취재단]

한편 10일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는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지켜봐야 하나요?"라는 내용이 담긴 이 청원은 10일 오후 6시 기준 1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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