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선 주부의 '특별한' 밸런타인 데이

중앙일보

입력

밸런타인 데이가 다가오고 있다.

밸런타인 데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 여성이 준비한 초콜릿과 사탕 꾸러미에는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마음이 담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밸런타인 데이는 얄팍한 상술로 부추겨지고 있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밸런타인 데이를 '상술' 운운하면서 썰렁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 상술에 휘둘리는 대신에 작은 지혜를 발휘한다면, 밸런타인 데이는 나의 작은 정성으로 색다른 기쁨과 각별한 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좋은 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과의 연애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초콜릿을 준비하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결혼한 지 6년이 지났으니 우리 '밸런타인 히스토리' 는 어느덧 11번째로 접어든다.

결혼하고 아이 키우며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감수성도 무뎌지고, 때로는 귀찮아서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하지만 나는 받는 사람이 즐거워할 모습을 생각하며 슈퍼에서 구입한 미니 초콜릿을 형형색색의 종이로 하나하나 포장하는 일을 한해도 빠뜨리지 않고 하고 있다.

오히려 초콜릿을 포장하면서 너무 가까워서 쉽게 느끼지 못하던 감사의 마음이 새록새록 생겨나는 것을 경험해 왔다.

내 초콜릿을 받는 사람은 결혼 이후부터 더 늘었다. 바로 시아버님이다.

친정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 가까이 계신 시아버지도 이날은 나의 연인이 된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초콜릿을 나눠먹으며 보내는 즐거운 시간이 내겐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올해도 나는 변함없이 작은 정성을 준비하려고 한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예쁜 카드와 작은 초콜릿 상자는 남편을 위해, 과일을 유난히 좋아하시는 시아버님을 위해서는 큼직한 과일 초콜릿 바구니를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오랫동안 연락 드리지 못했던 학창시절 은사님께도 '사랑의 편지' 를 띄워야겠다.

바쁜 생활 속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작은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이번 밸런타인 데이는 이런저런 핑계로 잊고 지내던 내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특별한 날' 로 정하면 어떨까?

배현선 주부 <32.수원시 금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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