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3조원을 갚아야 하는 두산그룹의 경영 정상화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시장에서 ‘알짜 자회사’로 불리는 두산솔루스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팔기로 하면서다. ㈜두산은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스카이레이크와 체결했다”고 8일 발표했다.
두산이 매각 파트너로 택한 스카이레이크는 노무현 정부 때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대표가 2006년 세웠다. 이른바 ‘진대제 펀드’로도 불린다.
스카이레이크는 이전에도 두산솔루스 매입과 관련해 협의했지만 가격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무산된 적이 있다. 진 대표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무산됐었다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고 이와 관련한 협의 자체는 계속해왔다”며 “이번 MOU 체결도 협의 과정의 한 단계일 뿐 매입 가격이나 다른 조건에 대해선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 계속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매각 대상은 ㈜두산(17%)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 및 특수관계인(44%) 몫 등 두산솔루스 지분 61%다. 두산과 스카이레이크는 모두 매각 가격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약 7000억원 정도에 거래될 거란 예측이 나온다.
두산은 사모펀드보다 다른 대기업과 직접 매각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의 사업을 장기적으로 운영할 회사가 직접 인수하면 사모펀드에 파는 것보다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이에 응하는 기업이 마땅치 않아 두산이 스카이레이크와 다시 접촉했다는 시각이 있다.
진 대표는 “두산솔루스는 앞으로 계속 발전할 만한 회사”라고 말했다. 그만큼 인수 후 매각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물로 본다는 뜻이다. 다만 진 대표는“양해각서 체결 단계여서 앞으로 협의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3개월 안에 추가 협의안을 다시 발표할 예정이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 소재인 동박(銅箔)을 주로 만드는 곳이다. 머리카락 두께 15분의 1 정도로 얇은 동박은 배터리 안에서 전자의 이동 경로 역할을 하고 열을 방출한다. 두산솔루스는 헝가리·룩셈부르크에 공장을 두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매출 2633억원, 영업이익 382억원을 올렸다. 두산 관계자는 “수익성도 있고 사업 전망도 좋지만 추가 투자를 할 여력이 마땅치 않아 팔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두산의 자산·자회사 매각 작업에 시동이 걸린 건 지난달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골프장 클럽모우CC를 1800억원대에 팔기로 하면서다. 두산은 주변 골프장 시세와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클럽모우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는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이다.
두산은 또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올해 안에 1조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산타워ㆍ두산인프라코어ㆍ모트롤BGㆍ두산건설 등 다른 자산과 자회사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두산타워의 시장 가치는 약 8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 관계자는 “다른 자산 매각에서도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