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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故최숙현, 중3때부터 그놈 손아귀에…매일 온몸에 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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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 [최선수 가족 제공]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 [최선수 가족 제공]

 감독과 팀닥터, 선배 선수들의 폭행과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고(故) 최숙현 선수가 중학생 시절부터 폭행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 선수의 ‘지옥’ 같은 일상은 지금까지 알려졌던 시기보다 훨씬 앞서 시작됐던 셈이다.

기숙사 사감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들어주는 것뿐” #감독 지도받은 선수 “철인계 중 유일하게 맞던 팀”

 경북 칠곡군에서 초·중학교를 다니던 최 선수는 수영 선수로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는 등 주목을 받아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중학교로 전학했다. 이후부터 수영과 자전거, 달리기를 묶은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문제의 감독과 팀닥터를 만났다.

 최 선수 친구인 A씨는 이 시기부터 최 선수가 감독과 팀닥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폭행과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최 선수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최 선수 아버지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팀닥터가 곁에 있었다”며 “(지금까지 밝힌 것 외에) 과거에 폭행을 당한 사실이 더 있다”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폭행과 가혹행위는 최 선수가 경북체육고등학교로 진학해 기숙사 생활을 할 때도 꾸준히 이어졌다. 폭행의 강도가 점차 심해져 최 선수는 온 몸에 멍이 뚜렷하게 보이는 상태로 기숙사에 돌아왔다고 한다.

 당시 기숙사 사감 B씨는 “난 기숙사 엄마다. 엄마 대신 아침에 잘 갔다 오라고 하고 다녀오면 애 얼굴 어땠는지, 오늘 운동이 어땠는지 살핀다”며 “숙현이는 웃을 줄 아는 친구였지만 늘 어두웠다”고 전했다. “밤 되면 잠이 안온다고 찾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들어주는 것밖에 없어 미안했다”고도 했다.

지도자 등의 폭행과 갑질에 못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청소년·국가대표 출신 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뉴스1

지도자 등의 폭행과 갑질에 못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청소년·국가대표 출신 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뉴스1

 그러면서 B씨는 “숙현이는 굉장히 성실했다. 오전 5~6시 기숙사를 나가서 운동을 시작했다. 누구보다 노력했다. 그걸 잘 아니까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운동부 숙소에서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를 졸업한 최 선수는 2017년과 2019년 경북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에서 활동하다 올해 초 부산시청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선수의 유족과 지인 등은 “최 선수가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하던 당시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배로부터 폭언·폭행 등 가혹 행위를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최 선수가 모은 녹취록도 있다. 최 선수는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새벽 시간 빵 20만원어치를 억지로 먹고 토하기를 반복한 적이 있고, 하루는 ‘복숭아 1개를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뺨을 20회 이상 맞고 가슴·배를 차였다고도 했다.

 이 같은 폭행과 가혹행위는 최 선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당했다는 증언들이 나온다. 해당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았다는 C씨는 “나도 많이 맞았다. 이유 없이 때리진 않았지만 이유가 있더라도 때리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철인계 중에선 우리 팀이 유일하게 맞는 팀이었다”고 말했다. 또 “시합장에 가면 분위기 좋게 보이려고 일부러 웃었다. 다른 팀은 우리 팀이 분위기 좋은 줄 아는데 가식이었다”고 했다.

2일 오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운동부 감독 A씨가 인사 청문회가 열리는 시 체육회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숨진 고 최숙현 선수의 전 소속팀 감독으로 최 선수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2일 오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운동부 감독 A씨가 인사 청문회가 열리는 시 체육회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숨진 고 최숙현 선수의 전 소속팀 감독으로 최 선수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추가 피해자들이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피해자들은 최 선수가 가혹행위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직접 폭행, 폭언을 당했던 인물들이다.

 해당 감독은 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서 “나는 폭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팀닥터는 당일 인사위에 나타나지 않았다. 경주시는 감독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한편 팀닥터와 일부 선수도 고발할 방침이다. 트라이애슬론팀 해체도 검토 중이다.

경주·안동=김정석·백경서·김윤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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