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흡연 '모락모락 증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오후 8시 서울 신림동 Q PC방. 앳된 초등학생 두명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주변에는 중.고교생과 성인 10여명이 있었지만 주의는커녕 눈길도 주지 않는다.

PC방 주인은 "어디서 구하는지는 몰라도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초등학생이 자주 보인다" 고 말했다.

PC방에서 만난 金모(12) 군은 "교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는 애들은 대부분 6학년" 이라며 "학교 주변에 한 개비에 1백원 받고 파는 가게도 있다" 고 말했다.

경기도 K초등학교 6학년 담임 하성숙(河成淑) 교사는 "담배 피우는 학생을 꾸짖었더니 오히려 '재미삼아 그랬다' 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고 말했다.

河교사는 "고학년은 적어도 한 학급에 서너명 이상이 담배를 피울 것" 이라고 했다.

담배를 피워본 초등학생이 상상 외로 많다. 10명 중 1명꼴이다. 몇몇 문제 학생들의 호기심 차원이 아니다.

이는 가톨릭대 간호학과 문정순(文貞順) 교수팀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1999년 12월 서울 시내 25개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3천2백여명과 교사 5백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초등생 대상 첫 조사다.

文교수팀이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흡연 경험률은 10.2%(3백17명) 다. 여대생의 흡연 경험률 11%(본지 1월 18일자 26면) 와 비슷하다. 초등생 중 1백95명(6.3%) 은 '현재 피운다' 고 응답했다.

학년별 흡연 경험률은 6학년이 11.8%로 가장 높다. 남학생이 14.9%로 여학생(5.4%) 보다 세배 가량 많다. 초등학생들이 처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시기는 4학년이 23.5%로 가장 많았고, 3학년(18.4%) .2학년(17.5%) 도 있다.

첫 흡연 장소로는 절반 가량이 '우리 집' 이라고 응답했다. 골목(26%) , 친구 집(11%) , 공공장소(5%) , 오락실(3%) 에서도 시작했다.

文교수는 "흡연자가 있는 가정의 학생은 흡연 경험률이 11.3%로 흡연자가 없는 학생(8.1%) 보다 높았다" 고 지적했다.

초등학생들은 흡연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담배를 피우면 ▶체중이 줄고▶스트레스가 풀리고▶ '뻐끔 담배' 는 해롭지 않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 조기 흡연의 문제점=연세대 의대 김일순(金馹舜) 교수는 "초등생은 신체가 미성숙한 상태여서 흡연에 의한 세포.조직.장기의 손상 정도가 심하다" 고 경고했다.

게다가 결국 흡연 기간도 길어지고 양도 많아져 폐암.고혈압 등의 위험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20세 이후 흡연을 시작하면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9배 높지만, 16세 이전에 시작하면 27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흡연 예방 대책=복지부의 청소년 흡연 예방 프로그램은 중학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초등학생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비디오를 이용한 금연교육도 없고 포스터.표어.글짓기 대회가 고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4학년 체육 교과서에 흡연 예방 내용을 싣고 있다" 며 "앞으로 실질적인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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