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공포 다시 유럽 강타…새로운 감염사례 발견

중앙일보

입력

유럽연합(EU)이 올들어 엄격한 광우병(牛海綿樣腦症=BSE) 검사 방식을 도입한 이후 새로운 BSE 감염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농민단체들의 시위가 확산되는 등 광우병 공포가 다시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는 15일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의 하락을 우려하면서 각 회원국들에게 새로운 검사 방식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을 당부했다.

EU 집행위의 베아테 그민더 소비자문제 담당 대변인은 지난주말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최초의 사례가 발견된 것은 '지난 1일부터 EU의 광범위한 검사 프로그램이 도입된데 따른 것'이라면서 '이번 결과에 크게 놀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민더 대변인은 '물론 이 문제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겠지만 새로운 검사를 실시한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의 공포를 가중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통계에 따르면 유럽의 소고기 소비는 가격이 26%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27%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광우병 공포가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각국의 농민들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독일 올렌부르크에서는 광우병 위기 시작이후 최대 규모인 5천여명의 농민들이 정부의 농업정책에 항의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독일의 경우 처음 광우병 사례가 보고된 이후 소고기 소비가 60%나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에서 최근 보고된 14번째 광우병 사례는 과거 광우병 소들의 연령이 4-5세 였던 것과는 달리 28개월된 소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독일의 베를리너 차이퉁은 한 정부 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 올해말까지 독일에서만 200-500건의 새로운 광우병 감염 사례가 발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민더 EU 대변인은 독일의 광우병을 영국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독일의 레나테 퀴나스트 신임 농업장관은 한 무리의 소떼중 한 마리라도 광우병에 감염되면 소를 모두 도살하는 방식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으나 농민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이같은 관행을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처음으로 광우병 소가 발견된 이탈리아에서는 중국을 방문중인 줄리아노 아마토 총리가 나서 소비자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아마토 총리는 '이탈리아 국민들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상황이 좋은 나라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농민들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의 육류 시장을 봉쇄한 채 정부에 손해 배상을 요구했으며, 야당은 미구엘 아리아스 카나테 농업장관과 셀리아 비라로보스 보건장관의 사임을 촉구했다.

영국의 닉 브라운 농업장관은 EU의 요청에 따라 도살후 폐기 처리되지 않은 연령 30개월 이상의 소를 매년 최소한 6천500마리씩 검사할 계획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14일 광우병 의심되는 사례가 처음 보고된 오스트리아의 빌헬름 몰터러 농업장관은 문제의 소가 대량 생산체제의 공장형 축산업체가 아닌 소규모 농가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하면서 EU가 동물 고기와 뼈로 만든 사료의 사용을 영구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뤼셀.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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