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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살인고속도' 10년새 442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88고속도로가 구조적인 결함으로 전국 고속도로 가운데 치사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속도로 가운데 유일한 왕복 2차로인 데다 중앙분리대가 없어 앞차를 추월하려는 차량들이 중앙선을 침범, 반대편 차량과 정면 충돌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통행량이 적어 차량들이 과속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6시10분쯤 경남 거창군 가조면 옥포 기점 46.5㎞ 지점에서 광주 방면으로 달리던 르망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앞차를 추월하려다 마주 오던 1t트럭과 정면 충돌,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0월 28일 오후 7시쯤에는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구간에서 중앙선을 넘은 트럭이 마주 오던 관광버스와 정면으로 충돌해 21명이 숨졌다.

◇ 최고의 치사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19일 지난 10년간 발생한 전국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88고속도로의 치사율(사고 건수당 사망자수) 이 전국 11개 고속도로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1천3백94건의 사고가 발생, 4백42명이 숨져 31.7%의 치사율을 기록했다. 갈수록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치사율은 1998년 22.1%, 99년 28.1%, 올해 33.7%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 원인=88고속도로는 왕복2차로(너비 13.2m) 로 돼있고 중앙분리대도 없다. 직선 시야가 2㎞를 넘는 구간도 거의 없다.

구간 대부분이 산악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까닭에 도로가 가파르고 굽은 곳이 많아 '마의 구간' 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도로경사가 5% 이상인 곳도 여덟 곳이나 된다.

특히 경남 함양군 백천면 오천리 5㎞는 7%에 육박한다. 지난 10월 2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전북 장수군 번암면 유정리에서 남원시로 진입하는 산내면까지 7㎞ 구간은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추월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사고가 우려되는 급커브 구간이 11곳이고 총 연장이 고속도로 전체 구간의 30%인 50여㎞나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올해 발생한 사고(1백34건) 의 78%(1백5건) 가 커브길에서 일어났다. 특히 도로 대부분이 계곡을 통과하고 있고 콘크리트로 포장돼 겨울철에 결빙이 잦은 것도 사고가 잦은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 대책=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경남지부 김재식(金在植) 안전계장은 "사고다발 지점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과속단속 카메라와 중앙선 침범 금지봉 설치를 추진 중"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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