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속도 내는 文, 국회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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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공수처장 후보추천 요청 및 인사 관련 브리핑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공수처장 후보추천 요청 및 인사 관련 브리핑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속도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브리핑에서 전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국회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위원회는 2명의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고, 대통령은 이 중 한 명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한다. 이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공문을 국회에 보낸 것은 다음달 15일 공수처법 시행에 맞춰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도록 후보 추천에 속도를 높여달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공수처 7월 출범에 차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원활히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미래통합당이 지난 총선에서 공수처 폐지를 1호 공약으로 제시했을 정도로 공수처 출범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 1호로 내걸었던 공수처 법안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 1호로 내걸었던 공수처 법안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뉴스1]

우선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자체도 난항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임명된다. 여기에 여당 추천 위원 2명, 야당 추천 위원 2명(교섭단체 한정)이 합류한다. 그런데 야당, 즉 통합당이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위원회 구성부터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이와 관련 유상범 통합당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후보추천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할지 구체적인 규칙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당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보추천위가 구성돼도 후보 2명을 결정하는 데엔 진통이 예상된다. 후보추천위원 7명 중 최소 6명의 동의를 얻어야 해서다. 즉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반대하면 산술적으론 5명의 동의만 얻게 돼 공수처장 후보 2명을 가려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방지하려는 듯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발의했다. 국회의장이 후보추천위원 추천 기한을 정할 수 있고, 기한 내에 추천이 없을 경우 다른 당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통합당은 “여당이 야당 몫까지 가져가려는 규칙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방향'을 주제로 열린 공수처 설립준비단 주관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방향'을 주제로 열린 공수처 설립준비단 주관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통합당은 문 대통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자체를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원 구성 협상이 일단락되기도 전에 공수처장 추천이라는 ‘뇌관’을 건드린 대통령의 요구를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챙기고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 얘기를 먼저 꺼내는 건 순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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