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갈등의 진원지가 돼 버렸다. ‘인국공 사태’라 불리는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 논란으로 청년 세대의 공분을 산 데 이어, 근로자 간의 갈등까지 폭발하고 있어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은 2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보안검색 요원 직접고용 전환 추진과 관련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이날 “공사는 지난 2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2년 반에 걸쳐 어렵게 이뤄낸 정규직 전환합의를 무시하고, 모두에게 어떠한 설명 없이 일방적인 정규직화 추진을 발표했다”며 “이로 인해 인천공항 내부에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기호 노조 위원장은 “공사는 대한민국에 불공정과 역차별 등 사회적 문제로 번지게 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에게 상실감을 안기고 있다”면서 “이는 고용안정, 평등, 공정, 정의 등 모든 가치를 훼손시킨 인국공 사태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결정이 기존 정규직 및 취업준비생의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도 제기하기로 했다. 직고용 전환 대상 당사자인 보안검색 요원 사이에서도 저마다 다른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노노(勞勞)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4개로 갈라진 보안검색 노조
인천공항공사가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보안검색 직원 1900여명은 4개의 노조로 나뉜다. 원래 보안검색 요원은 인천공항 보안검색노조란 단일노조 소속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노조 집행부의 소통 방식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안검색 운영노조’, ‘보안검색 서비스노조’, ‘항공보안노조’ 등 3개의 노조가 더 생기면서 4개 노조로 쪼개졌다.
조합원 수는 기존 보안검색노조가 가장 많지만, 나머지 3개 노조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과반을 이루는 상황이다. 기존 노조와 3개 신설 노조의 차이는 노조 구성원이다. 새로 생긴 3개 노조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보안검색서비스노조는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가 대부분이다. 기존 노조 소속 구성원은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가 대부분이라 공사의 직고용 전환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안검색서비스노조 등은 공사가 갑자기 직고용 공식을 바꿨다며 반발하고 있다.
왜 하필 2017년 5월 12일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나 고충을 들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사흘째 날, 첫 외부행사였다. 2017년 5월이라는 입사 시기가 중요한 이유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고, 이에 따라 공사는 그 이전과 이후 입사자의 직고용 방식을 달리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전에 입사한 사람은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면접 등을 통한 적격심사를 통과하면 직고용된다. 절대평가 방식이고 응시 대상자도 2017년 5월 이전 입사한 보안검색 요원만 가능해 사실상 전원 합격이 예상된다.
반면 2017년 5월 이후 입사한 보안검색 요원은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필기시험, 면접 등으로 구성된 공개경쟁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공개경쟁은 기존 보안검색 요원 외에도 국민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기존 보안검색 요원에게 가점도 없다. 사실상 새로 공채시험을 통과해야 공사에 직고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보안요원 가운데 다수의 탈락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기존 노조를 비롯해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는 공사의 직고용 전환을 반기지만, 2017년 5월 이후 입사한 근로자 등은 탈락하는 인력의 고용 안정을 보장해 달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초 공사는 보안검색 요원을 자회사 직원으로 전환한 다음 인천국제공항공사법 등을 개정한 후 직고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경우 입사 시기 등에 따른 보안검색 요원 간 차별이나 탈락자도 생기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가 갑자기 청원경찰 신분으로 전환해 직고용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노조 간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보안검색은 정규직, 보안경비는 자회사
이미 자회사로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인천공항 근로자의 동요도 크다. 보안검색 요원과 업무 성격이 비슷한 보안경비 요원이 대표적이다. 1729명의 보안경비 요원은 이달 중 인천공항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로 자리를 옮긴다. 이들은 공사에 청원경찰 방식의 직고용을 요구했지만, 공사가 이를 반대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제3기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자회사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하지만 공사가 보안검색 요원만 청원경찰 방식의 직고용을 결정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들이 가입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성명을 통해 “공사는 청원경찰과 관련해 이전과 입장이 바뀌었음에도 어떤 사전협의도 진행하지 않았다”며 “무기를 소지한 채 청원경찰 역할을 하는 인천공항 경비 노동자는 오히려 자회사에 속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