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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천공항 사장 출신 정일영 의원 "취준생 오해 답답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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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900여 명의 보안검색 요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인천공항 사장을 지낸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25일 "오해가 많다. 답답함을 느낀다"며 입을 열었다.

정 의원은 이날과 전날 두 차례 걸쳐 이뤄진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재직할 때부터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30%는 직접 고용으로 하기로 했고, 여기에 보안검색 요원들을 포함했다"며 "그때 정한 걸 지금 마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냈다. 사장 재임 시절에는 '인천공항 좋은 일자리 창출 태스크포스(TF)팀'을 팀장을 직접 맡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주도했다.

정 의원은 "보안검색 요원이 정규직이 되더라도 공사의 신규공채 인원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공채의 문은 과거와 똑같이 취업준비생에게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들은 임금인상이 아니라 3~5년마다 해고당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다니는 것을 원할 뿐"이라며 "그게 뭐 잘못된 것이냐"고 되물었다.

취업준비생들의 분노가 크다. 노량진에서 공채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오해다. 답답함을 느낀다. 정규직 신입 공채 티오(TO)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인데, 그건 전혀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직렬, 다른 직군이다. 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청년들의 일자리가 하나도 줄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규직 전환으로 하루아침에 연봉이 20~30%씩 뛰어오른다는 얘기도 돌았다.
"아니다. 다른 직렬이라 월급이 다르다. 제가 (추진)할 때는 현재 연봉의 한 자릿수 이내 인상(백분율 기준)으로 제한했다. 두 자릿수 인상은 안 되도록 했다. 그러니 연봉 20% 인상 이런 게 있을 수 없다. 임금 인상은 처음부터 정규직 전환의 목표가 아니었다."
결국 기존 인원(1400여 명)보다 많은 1900여 명이 새로 정규직이 됐다. 결국 이들이 노조에서도 다수일 텐데, 나중에 임금을 올리지 않겠나.
"공기업 인건비는 결국 기획재정부가 정한다. 1년에 많이 올라도 2%밖에 오르지 못한다. 모든 직렬에 똑같이 적용된다. 보안검색 요원들이 노조의 다수를 차지하더라도, 기재부 가이드라인 이상의 임금 상승은 공사의 재량권 바깥 일이다. 그렇게 될 수 없다."
대규모 직고용으로 경직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보안검색 인력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지 않나.
"지금까지 추세로는 승객이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에 늘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향후 터널형 자동보안 검색대가 나올 수 있지만, 그건 먼 미래의 문제다. 너무 앞서가는 우려와 예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나 고충 사항을 들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사흘째, 첫 외부행사였다. 당시 한 여성 직원이 대화 도중 눈물을 보였다. '보안검색 요원'으로 자신을 소개한 이 직원은 "이렇게 많은 분이 힘들어하는 걸 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저희를 찾아주시는 것에 희망이 보인다는 벅찬 마음에 운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격으로 배석한 정일영 의원은 "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퇴임 후 올해 4·15 총선에서 인천 연수을에 경선을 거쳐 공천을 받았다. 정 의원은 민경욱(통합당), 이정미(정의당) 후보와의 3파전에서 41.8%를 득표해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지시'로 정규직화를 시작한 것인가.
"그 이전인 2016년 1월에 인천공항에서 수하물 대란 사건이 벌어지고, 두 차례나 밀입국 사건이 벌어졌다. 그때 모든 언론이 '보안검색 직원 절반이 경력이 2년도 안 돼 뚫렸다'고 지적했다. 그때부터 보안검색 직원 정규직화를 검토했다. 대통령께서 일방적으로 지시하셨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우려가 큰 정규직화를 시작했나.
"매일 밤 인천국제공항은 2천명이 있어야 가동된다. 그중에 공사 정규직은 150명도 안 된다. 나머지는 비정규직이다. 우리나라 국가 주요 시설인데 협력업체 직원 중심으로 움직이는 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파견법 때문에 공사가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 관리하지도 못한다. 결국 정규직화는 공항 서비스 품질과 직결된다."
그래도 취업준비생들은 '비정규직이 정규직 자리를 운 좋게 꿰찼다'고 한다.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임금 인상 폭은 크지 않다. 비정규직이 원하는 것은 임금 인상이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이다. 3~5년마다 해고당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원하는 거다. 그게 뭐 잘못된 건가?"

정 의원에 앞서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24·25일 TV·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용역회사 직원으로 일하던 분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장기적으론 청년들이 갈 기회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청년층에 불리하지 않은 정책이란 취지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에는 여전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화에 대한 성토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2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국민청원에도 25일 오후 2시 30분 현재 22만 9천여 명이 동의했다.

인천공항 정규직화 논란 말말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천공항 정규직화 논란 말말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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