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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매출 3분의1토막"…코로나가 애꿎게 제약사 울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의 한 보건소 출입구에 '보건소 방문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뉴스1

1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의 한 보건소 출입구에 '보건소 방문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뉴스1

“여기 쌓인 감기약은 3~4월에 이미 다 팔아야 했는데…. 몇달 째 그대로네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에서 직원 A씨가 매대 한쪽에 쌓인 감기약 더미를 보며 한 말이다. 그는 “처방전이 필요한 제조약은 물론 일반 감기약을 찾는 손님도 별로 없다. 보통 4월까지 감기 환자가 급증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A씨는 "코로나19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상비약으로 감기약을 찾는 사람이 많이 있었지만, 생활 방역이 자리를 잡으면서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등 시민들의 보건 의식이 높아져 감기 환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병원 처방 감기약 판매 80%↓

인근 약국 상황도 비슷했다. 3년 전 병원 바로 아래층에 약국을 열었다는 한 약사는 "다른 환자와 접촉하면 위험에 노출될까 그런지 병원 방문 환자가 현저히 줄었다"며 "전년 대비 일반 감기약 판매가 50% 이상, 병원 처방 감기약 판매도 80% 줄었다"고 말했다.

근처 이비인후과 입구에는 ‘평일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었다. 병원 관계자에게 이유를 묻자 “병원에 방문하는 손님이 적어 영업시간을 줄였다”고 했다. 병원에는 간호사 2명이 데스크를 지키고 있을 뿐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유비케어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 처방제조액 및 처방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소아청소년과 처방조제액 총액이 52%, 처방 건수 기준으로는 72%가 각각 줄어들었다. 이비인후과도 각각 52%, 63% 줄었다.

제약사 “감기약 매출 3분의 1토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각별해진 가운데 지난 3월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홍삼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각별해진 가운데 지난 3월 3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홍삼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약국에서 감기약 판매가 줄다 보니 제약사들 역시 판매 부진으로 인해 타격이 크다고 호소했다. 10년 이상 제약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B씨는 “감기약 매출이 3분의 1토막 났다.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에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감기약 판매에 힘쓰던 제약사 매출 타격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회사 역시 “자세한 금액을 말해줄 수 없지만, 감기약 판매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제약사들은 최근 영업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비타민, 영양제 등 건강보조제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27년째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장모씨는 “재난지원금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다 보니까 자녀들 영양제나 비타민을 사러 오는 손님이 늘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들도 영양제 쪽으로 홍보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매출 타격이 워낙 커서 건강보조제 등으로 상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했을 경우 감기 환자가 주는 것은 당연하다. 3월 개학을 해야 할 학교가 온라인 개학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감기 환자가 줄어든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며 “일선 약국과 병원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전체 국민 건강을 생각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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